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여자 아이가 포기한 듯 돌아서려는데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이 찾아낸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다가 여자 아이에 건넸다.
“너 다 가져”
마치 내 사랑을 다 꺼내준다는 듯 과감하게 손을 뻗어 건네는 남자 아이와 그것을 받아주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아련하게도 예뻤다. 사람은 자신의 손에 지닌 것을 욕심 없이 타인에게 내어줄 때 그들은 두 개의 마음을 나눠 갖는다. 하나는 주는 마음, 다른 하나는 받는 마음. 그래서 어느 하나의 마음이 식어도 남은 하나의 마음이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되돌아 보게 한다.
저 둘은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가 찾았던 풀 숲의 촉감을 기억할 것이고 서로가 무언가를 건네 받은 일들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서로가 주고받았던 이 계절을 사랑하기도 하다가 그리워하기도 하다가 자신들이 지나온 날들이 얼마나 큰 사랑 속에 있었는지 알아차리기도 하겠지.
자신의 손에 지닌 것을 송두리째 건네주는 마음과, 그 마음에 대한 진심을 알고 따듯하게 받아주는 주고받음은 말 그대로 사랑 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저 둘의 마음이 어긋나지 않은 채 사이좋게 마음을 주고받아서 그것은 내게 안도이자 다행인 풍경이었다.
지금 아이들이 떠나고 없는 저 자리에는 아직도 몽글몽글한 사랑이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을 하고 있는 그 계절을 사랑하게 되고 그 계절을 통과하는 다른 계절마저도 사랑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