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현 Sep 14. 2023

아픈 사람과 가야 할 곳

어느 날 문득 누군가가 다가와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 거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아프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선물을 주겠다. 평생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소로 데려다줄 테니, 그 장소 하나를 선택해 보라.]
그렇다면 그 장소는 어디로 하고 싶은가,

"나는 파리의 에펠탑 앞이요."라고 말하고 아픈 사람을 데려온다.

술이 아닌 사랑에 취해 키스를 나누고 행복에 둘러 쌓인 연인들 사이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구 어느 한 곳, 어둠 속에서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곳이 있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아플 거냐고. 얼른 나아서 더 많이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당신을 아플 수 없다. 얼른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자고.
황홀함을 안겨주는 풍경들이 이토록 세상에 많이 남아 있는 한 당신은 쉽게 아파서는 안 된다고. 당신은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고.
이런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아프기만 한 채로 세상을 살다가는 건 너무나도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우리 다시 얼른 나아서 예쁜 곳으로 떠나지 않겠느냐고.

-
예쁜 장소에 와 있으면 우리의 인생도 예뻐 보일 거야.
파리에 가자.
밤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서리로 변하는 에펠탑을 보여줄게.
그리고 당신이 바라봤던 가장 아름다운 장면 하나를 내게 설명해 줘.
그러면 나는 기쁠 거야.


이 글은 췌장암 오진 판정을 받고 어머니가 아팠을 때 병원에서 썼던 글이다. 시한부. 그 말에 얼마나 하루하루가 간절했나. 매일같이 울면서 하루가 지나가지 않길 바랐던 날들이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아프면 어디든 떠날 수 없다.
건강. 모두 건강하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에세이 펀딩을 진행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