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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n 01. 2024

자신이 보잘 것 없을 때


글만 써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무렵

현실과 타협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돈이 필요해서 롯데든 GS든 대기업 면접에 지원했는데 어떻게 우연히 서류 붙은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그러는 거다.


글만 쓰셨네요? 토익 점수가 엄청 낮네요? 컴퓨터 자격증은요? 봉사활동은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나란히 앉은 다대다 면접에서 나의 스펙은 형편없었다.

유학을 갔다왔던 친구, 오래전부터 외국에 살다온 친구, 명문대를 나온 친구들 사이에 앉은 나는

보란듯이 그 면접에서 탈락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카피라이터가 되겠다고 지원서를 넣었다.  

다른 친구들이 토익 학원 다니고 컴활 자격증을 따러 다닐 때 싸이질 하고 일기쓰고

백일장 나가서 한 일이 글이나 끄적이는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나간 백일장에선 대부분 상을 타왔다.


카피라이터가되겠다고 모인 그룹에서는 컴활이 중요한게 아니고 토익도 아니고

그 사람의 상상력, 경험. 공감력.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의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

그런 자가 우선 순위에 올랐다.


나에게 맞지 않는 그룹에 소속되어 내민 나의 보잘것 없는 쓰레기 스펙이

필요한 곳에 가니 최고의 스펙으로 반전되는 신기한 현상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글 쓰는거 좋아서 대회 나가니 상을 타고 그게 재밌어서 또 쓰면 다시 또 상을 타고.

그 한 줄 한 줄이 스펙이 되고. 나의 강점이 되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도 되겠다고. 좋아하는 거 하면 잘 하게 되어 있다고.


대기업 면접에 쓴 맛을 보고 돌아오던 그 날의 분위기 속에, 너는 그동안 뭐했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던

면접관을 떠올리다 DJ DOC의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났다.

젓가락질 서툴고 잘못해도 밥 잘 먹어요.


모두가 각자만의 길이 있는 것. 자신만의 것이 있는 것.

그러니 사회의 시선과 기준 속에 내 스스로가 형편없고 낮게 보일 때  자신을 하등하게 보지 마시라.

당신은 당신의 힘. 당신의 강점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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