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절망을 넘어서 동화를 쓰다
청년들이 자신의 환경을 너무 힘들어합니다.
오늘은 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내가 서있는 길,
그 길이 다 막혀있다고 생각할 때, 청년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하늘은 사람의 길을 끊지 않는다. "
(天无絶人之路 천무절인지로)
단테는 <신곡>의 서두를,
“나그네 인생길, 그 반 고비에서 눈을 떠보니, 나는 어느새 길을 벗어나 캄캄한 숲 속을 헤매고 있었네”라고 쓰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인생, 편한 길은 드문 것이죠.
니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라면서, 사람의 일생을 매 순간 영원처럼 소중한 길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유독 나에게만 닫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인생의 길이 있는 겁니다.
안데르센은 그 지옥 같은 현실, 절망의 환경을 넘어서 동화를 썼습니다.
북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안데르센의 동상을 보면서 의문을 가질 겁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안데르센은 <인어 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 수많은 동화를 써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가입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동상 옆에는 동화의 주인공인 어린이가 없습니다. 어린이 대신 오리가 한마리 있지요. 나중에 백조로 변하는. 그 이유는 안데르센은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쓴 것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해 썼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환경이 힘들다고 해도 어릴 때, 안데르센처럼 어려운 환경도 없을 겁니다. 요즘 말로 흙수저 집안이죠.
그 지옥 같은 현실이, 오히려 그에게 사람들을 위한 가장 따뜻한 동화를 쓰게 했습니다. 불행한 현실에서 살았기에 오히려 행복을 꿈꾸는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입니다.
눈물 나게 고생해 본 사람들이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기부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생의 의미는 어쩌면 ‘눈물 젖은 빵’에 있는 지도 모릅니다.
대개 많은 인물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고 난 뒤에 인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스물두 살의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서너 살 연상의 세탁부 아내.
이 두 사람은 돈이 없어 침대를 직접 만듭니다. 나무판자를 살 돈이 없어 얼마 전 죽은 백작의 시신이 돌관으로 옮겨지기 전 임시로 사용한 나무관짝에서 나온 널빤지로 만든 침대였습니다.
1805년 4월 2일, 살아서 우는 아이가 관짝의 판자로 만든 침대에 누워있게 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안데르센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할아버지는 정신장애가 있었고, 할머니는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그나마 아버지도 전쟁에 참가한 뒤 돌아와 어린 시절 죽었고, 현실을 비관한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습니다. 더구나 숙모는 홍등가 술집주인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은 어린 안데르센을 현실에서 도망치게 해, 다른 아이들과 ‘인형극’ 놀이를 하게 했습니다.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한 채 견습공을 하지만, 동료들의 조롱과 왕따로 괴로움을 겪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괴로움만 갖고는 문학을 이루지 못합니다. 재능과 노력이 받쳐주어야죠, 아버지는 문학을 좋아하여 어린 아들에게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작품을 들려주었고, 어머니는 루터교의 신앙을 교육하게 됩니다. 아버지로부터는 시적 재능을, 할머니로부터 공상(空想)을, 어머니로부터 신앙심을 받으면서 성장하였습니다.
열다섯 살의 안데르센은 희망이 없는 작은 동네를 떠나, 큰 도시로 나가겠다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반대합니다. 아들이 하도 조르자, 소문난 점쟁이를 찾아가 조언을 구합니다. 인간이 우연처럼 이 세상에 던져지듯이, 점쟁이의 말이 오늘의 안데르센을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당신 아들(안데르센)은 위대한 사람이 될 거예요. 그의 명성 덕분에 우리 마을도 나중에 유명해질 겁니다.”
15살 때, 당시 유행하던 오페라의 배우가 되려고 어린아이가 무일푼으로 혼자서 코펜하겐으로 갔으나, 피나는 노력의 보람도 없이 꿈을 이루지 못합니다.
몇 번인가 절망했지만, 오페라 극장의 주인이자 당시 유망한 정치가인 요나스 콜린은 안데르센에게 “너는 지금은 공부할 때이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도 공부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며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안데르센은 학교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마침내 코펜하겐의 대학까지 졸업하게 됩니다.
그는 1833년 이탈리아 여행의 인상과 체험을 바탕으로 쓴 <즉흥시인>이 독일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비극, 시, 소설, 동화 등 여러 분야의 글을 쓰게 됩니다.
당시는 동화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없고 민담이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도이었기에 안데르센이 내놓은 최초의 <동화집>은 동화작가로서의 생애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때 한 친구는 그의 운명을 예견하듯이 말합니다.
"<즉흥시인>이 너를 유명하게 만들었다면, <동화집>은 너를 불멸의 작가로 만들 거야."
하지만 배경 없는 그의 인기, 그의 작품을 전문가들은 비평으로 난도질합니다. 안데르센은 이 일로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되죠. 그는 작품이 난도질당할 때마다 넋을 잃었고, 심지어 비평가의 악의에 찬 평을 보고는 이틀 동안 앓아누울 정도였습니다. 당시의 고통을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생애의 한 달 동안 내 가슴은 찢어지는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거나 좌절하지 않고 동화를 계속 쓰게 됩니다. 동화에서 자신의 생생한 환상이 표현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 그의 동화는 비평가의 냉대와는 다르게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게 됩니다. 그 후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안데르센 동화집>이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각 가정에서 기다리는 선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동화 창작은 1870년경까지 계속하여 모두 130편 이상에 달합니다. 안데르센 동화의 특색은 그의 불우한 환경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그리고 따스한 휴머니즘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어 공주> <백설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수많은 걸작 동화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동화는 처음 시작되는 장르였고, 안데르센 또한 동화작가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성공이 그의 불우한 환경을 완전히 벗어나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는 ‘따뜻한 가정’을 몰랐기에, 또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에 사랑하는 법에 너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안데르센은 몇 번 사랑의 대상을 만났으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결국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려서 돈을 벌면 하고 싶었던 해외여행으로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게 됩니다.
그는 점차 나이가 들면서 할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자신도 그처럼 편집증적인 증세가 나타날까 두려워한 거죠. 자기도 서서히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육체의 고통에 지나치게 민감해집니다.
가벼운 현기증이 나거나, 심지어 대변이 가늘기만 해도 공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더 나아가 자기는 가족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실수로 자다가 ‘산 채로 묻히지 않을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늘 이렇게 써서 등받이에 올려놓았습니다.
“나는 죽은 듯이 보일 뿐이야.”
공포와 우울, 잔병으로 이어진 그의 말년은 친구의 별장에서 70세에 끝이 납니다.
그의 장례일에는 덴마크 전 국민이 상복을 입었고, 국왕과 왕비도 장례식에 참석하였지만 가족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평생을 홀로 살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는 오늘날 덴마크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작가가 되었습니다. 아니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작가죠.
자신의 불우한 환경, 인생의 절망을 넘어 오히려 사랑과 희망을 인류에게 선사한 거죠.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안데르센상'은 아동문학에 기여한 작가를 대상으로 2년마다 수상자가 결정되고, 그 금메달은 덴마크의 여왕이 직접 수여합니다.
일본의 후나바시시는 '안데르센 공원'까지 만들었습니다.
안데르센의 생애를 보면 따뜻한 가정만 있어도,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가족만 있어도 내 길이 지금 막히고 조금 어렵더라도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합니다.
그의 생애를 반추하다 보니, 어느 고교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학생들을 보면 고교를 입학할 때의 성적이 대개 졸업 때까지 그대로 갑니다. 하지만 성적이 갑자기 달라지는 학생이 있습니다. 집안이 갑자기 몰락하거나,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경우입니다. "
자기가 노력하지 않으면 끝이다라고 생각할 때 사람은 비로소 달라집니다.
고통이 인간을 단련시켜 새로운 인간으로 만드는 겁니다.
'오리지날'의 다른 뜻을 아십니까?
‘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력은 환경을 부수고 새로운 운명을 창조하게 되는 겁니다.
지금 당신은 안데르센이 말한 '미운 오리 새끼'일지도 모릅니다. 그도 미운 오리였듯이.
자기를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백조가 운명처럼 잠시 오리들 틈에 끼인 것이죠.
하늘은 결코 사람의 길을 막거나 끊지 않습니다.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고,
地不長無名之草
하늘은 결코 녹이 없는 자를 내지 않습니다.
天不生無祿之人
하늘이 당신을 세상에 보낸 이유, 당신이라는 존재의 탄생에는 반드시 이유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 하늘의 뜻에 따라 살게 된다면, 단 하루를 살아도 천년을 사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게 될 겁니다.
안데르센처럼 불우한 환경에서도 가장 따뜻한 동화가 탄생되는 것이 바로 인생이니까요.
하늘이 당신에게 어려움을 주는 건 자각과 변화를 요구하는 겁니다.
이미 당신보다 더 외롭게 살다간 안데르센과 더 괴롭게 살다간 고흐란 사내도 있었으니까요.
미운 오리새끼의 깨달음이란,
미운 오리새끼가 어느날 문득 백조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신이 백조이었음을 자각하는, 그 깨달음입니다.
당신은 정말 세상에서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