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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Apr 14. 2016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외로운 사람, 고독한 사람, 상처받은 사람에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회억回憶과 욕망이 뒤섞여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입니다.


이 시는 세계 1차대전 후 폐허가 된 그 참혹함을 쓴 겁니다.

신의 죽음과 매장의 필요함,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말한 거지요.

그래서 이 시의 부제가 ‘죽은 자의 매장’입니다.  


삶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죽은 것,

단테의 '신곡' 중에서 지옥에서 저주받는 군상을 비유한 겁니다.


어떤 이는 이 시보다도, 오히려 엘리어트의 서문을 더 기억하더군요.     


한번은 나도 쿠마에의 무녀가 항아리 속에 매달려 있는 걸 직접 보았지.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어.

“......죽고 싶어.”            



4월은 잔인한가요?

이해 못해주는 사람들이, 아니 세상이 잔인한가요?


당신이 외롭고 고독하다면, 상처가 있다면, 떠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섬진강으로 떠나세요.

매화꽃이 벌써 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내면과 그 고독을 밑바닥까지 보고 오시면

그래도 세상이 다시 보일 겁니다.      


찰나처럼 스쳐갈 일에 그렇게 환호할 것도, 그렇게 분노할 것도 없습니다.

실망도 희망도 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겁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요.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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