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 고독한 사람, 상처받은 사람에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회억回憶과 욕망이 뒤섞여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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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입니다.
이 시는 세계 1차대전 후 폐허가 된 그 참혹함을 쓴 겁니다.
신의 죽음과 매장의 필요함,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말한 거지요.
그래서 이 시의 부제가 ‘죽은 자의 매장’입니다.
삶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죽은 것,
단테의 '신곡' 중에서 지옥에서 저주받는 군상을 비유한 겁니다.
어떤 이는 이 시보다도, 오히려 엘리어트의 서문을 더 기억하더군요.
한번은 나도 쿠마에의 무녀가 항아리 속에 매달려 있는 걸 직접 보았지.
애들이 “무녀야, 넌 뭘 원하니?”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어.
“......죽고 싶어.”
4월은 잔인한가요?
이해 못해주는 사람들이, 아니 세상이 잔인한가요?
당신이 외롭고 고독하다면, 상처가 있다면, 떠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섬진강으로 떠나세요.
매화꽃이 벌써 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내면과 그 고독을 밑바닥까지 보고 오시면
그래도 세상이 다시 보일 겁니다.
찰나처럼 스쳐갈 일에 그렇게 환호할 것도, 그렇게 분노할 것도 없습니다.
실망도 희망도 다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겁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요.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