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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Jun 18. 2016

백억을 준대도 결혼 안 한 남자

자유의 파수꾼, 김동길 교수

"여자와 결혼을 하시오. 그럼 내가 백억을 드리겠소!"


이렇게 정주영 회장이 결혼을 권했지만 결혼을 안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김동길 교수입니다.

그는 연세대 교수이며 링컨 연구가입니다. 국회의원도 했고 시사토론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한 분이죠. 이분처럼 최고 권력자,  대통령을 바로 비판하고 쓴소리 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 때문에 옥고까지 치렀죠.

                               

유신시대에는 함석헌 선생이 만드는 <씨알의 소리>라는 잡지에,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글에서, "부모도 섬기지도 않던 놈들이 청와대에 가서 아부하며 각하 각하하는 것들을 모두 잡아다가 서해의 무인도에 보내 아첨도라 하겠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 고문을 받기도 했는데,  출감 후 "소학교 접장하던 사람(박정희)도 18년째 대통령을 하는데 대학교수가 대통령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 죄냐"며 항변했습니다. 그 엄혹한 유신체제에서도 자기가 할 말은 반드시 했던 분이지요.


"그게 뭡니까?"

김동길 교수가 시국과 권력자를 비판하던 이 말은 개그맨 최병서가 패러디하여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군사정권 종식이라는 국민의 열망을 분열과  권력 싸움으로 노태우 씨에게 정권을 넘겨주자,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이른바 3김씨에 대해서는 "3김씨는 이제 정치는 후배들에게 넘기고 낚시나 가라"는 낚시론을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2009년 4월 검찰 수사에서 '뇌물 수수설'을  부인하는 것을 비판하여  대국민 사과 차원에서 자살하거나 재판받고 복역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무현 씨가 남의 돈을 한 푼도 먹지 않았다고 끝까지 우기기는 어렵게 되어 가는 듯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자기의 과오를 시인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다는 자가 그토록 비겁하게 굴어서야 되겠느냐"며   부도덕성을 질타, 인류 역사의 어느 때에나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진실이라며 " 그가 5년 동안 저지른 일들은 다음의 정권들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과오는 바로잡을 길이 없으니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서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씨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로 김동길 교수의 발언은 친노와 노사모에서 문제가 되었지요.


출옥한 김동길교수를 환영하는 함석헌 선생


 " 주변에서  위험이 있으니 외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나는 테러 맞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며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도 하지 않겠다. 이 나라에는 법은 없고, 감정과 동정뿐인가. 노무현 씨는 검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 뿐이다."고 했지요.


저는 이 말들이 옳으냐, 그르냐를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 시대에 자리만 얻으려고 아첨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처럼 솔직하게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은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지 않고 늘 양심과 자유,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그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그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책임질 가정이 없으니, 하고 싶은 말하면서 신념과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다는 거죠.


결혼을 안했다고 모두 김동길 교수처럼 자유롭고 신념있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상계>를 만든 지도자 장준하 선생이 그의 친구입니다. 장준하 선생 조차 김동길 교수를 부러워했습니다. 그의 신념과 철학보다 더 부러워한 것은 결혼 안 한  그의 자유로운 처지를 말입니다.


김동길 교수의 누나는 이화여대 총장을 하고,  1980년 문교부 장관 시절 '교복자율화'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던 여장부,  김옥길 여사입니다.


김동길 교수와 누나인 김옥길 장관의 망중한


분, 모두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주의로 생활했고, 생활에 잡음조차 없이 깨끗하게 지냈습니다.


그의 나이는 올해 87세입니다. 그럼에도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하여 노익장을 과시합니다. 칼럼도 자주 쓰시고요.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낸 책이  2011년 <젊은이여 어디로 가는가>를 비롯해 101권입니다. 전공이 아닌 저서를 백권이상 낸다는 것 , 제가 조사한 것만 이러니 더  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거죠.


국민당 시절, 정주영 회장은 김동길 교수에게 결혼을 강력하게 권했지요. 백억을 축하금으로 줄 테니 제발 결혼을 하라고요.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혹시 남자로서의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출마를 했던 강남지역의 목욕탕에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으니 다 압니다. 제가 정상인 것을."


그런 독신주의자에게 젊은이들이  주례를 많이 부탁했으니 세상은 재밌습니다. 32살 된 처녀가 주례를 부탁하면서 자기는 너무 결혼이 늦었다고 하자 김 교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직 87세나 되는데도 결혼을 못했으니 처자는 결코 늦은 게 아니오."

그러자 이 아가씨가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선생님,  서두르셔야겠어요!"


김 교수가  주례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 결혼은 좋은 짝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좋은 짝이 되는 것"

" 결혼은 완벽한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이 만나서 하는 것"

" 결혼하는 오늘이 새로 출발하는 인생이다. 과거에 만난 남자나 여자가 있다면 완전히 잊고 새로 출발해라."


그는 평생을 '자유의 파수꾼'으로 살기 위해 결혼을 안했는지  모릅니다. 결혼을 안했기에 신념의 길, 자유의 길을 갈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말로  결혼해야 할 여자를 놓쳤기에, 순정을 지키며 홀로  사는지도 모릅니다.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느끼는 게 많습니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선 옆에 여자가 있어야 한다며, 결혼하면 백억을(요즘으로는 한 3백억) 주겠다는 정주영 회장이나,  그걸 바로 거절하는 김동길 교수 또한 통큰 사람이긴 마찬가지 입니다.

 

"살아 오면서 마음이  간 여자가 왜 없겠습니까, 그녀들이  제가 가정의 길만을 가지 않을 거 같으니 기다리다 조용히 떠난 것이죠."


아쉬운 것은 김동길, 김옥길 남매처럼 멋진 인물들이 그  2세를 남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연 그는 결혼을 안 해 백억을 거절하면서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3억만 주면 1년동안 감옥에도 다녀오겠다는 청년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돈을 초개처럼 볼 수 있었던 분은 참 감동이죠.


자유의 파수꾼, 김동길-

아직도 그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반갑습니다.


"박사님, 통일되어 고향에 가실 때까지 오래도록 건강하십시오."

 


대문그림은 우직하고 순하지만 자기의 길을 끝까지 가는 황소, 이중섭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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