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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Dec 06. 2016

말 많이 하는 여자, 무뚝뚝한 남자

왜 남녀는 사랑을 해도 다른가

    

멋지게 사랑을 하고 싶은데, 정말 좋은 가정을 갖고 싶은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 고민을 하는 분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한국의 남자들은 대개 무뚝뚝합니다.

내 남자에게 늘 관심받고, 사랑의 말을 듣고 싶고, 배려받고 싶은 여자들에게는 정말 속 터지는 일이지요.     

연애할 때는 자상하던 남자도 결혼을 하면 대개 말이 적어집니다.


특히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은 유명하죠. 집에 돌아와 하는 말이 고작 3마디이지만, 그것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표현하기에 여자입장에서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는(애들은)?”

“밥도?”

“자자.”      


물론 요즘처럼 여자가 할 말 다하고 사는 세상에서는 남자가 이러면 장가가기도 어렵고, 결혼해서도 잘 살기는 갈수록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면서 배우고 자란 남자들이 한국의 남편들입니다. 말이 많으면 가볍게 보인다고 해서 과묵을 배운 남자들. 그래서 한국의 남자들은 사랑하는 표현을 배우지 못해 인색하고, 여자들에 대해 좋아하는 호감도 사실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런 남자들이 말을 많이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연애할 때입니다. 사랑의 사냥꾼일 때는 말도 문자도 선물도 식사도 자주 하던 그 남자가 여자와 잠자리를 했거나 결혼을 하면 달라집니다. 말수가 없어지는 것이죠. 결혼 후 부부간의 감정의 공감대가 갈수록 적어지기에 이건 한국의 아내를 흔들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은 하루에 2만 단어를 말하고, 남성은 7천 단어를 말한다고 합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많은 말을 하면서 사는 것이죠. 그래서 아내 입장에서 보면 남편은 거의 벙어리 같은 존재나 다름이 없는 겁니다. “내가 세 마디를 하면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런 불만을 한국의 아내들은 모두 갖고 있는 겁니다.     


왜 남자들은 집에 와서 말을 잘 안 할까요? 미녀와 살아도 한 달이면 싫증 나서 그런 걸까요?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그의 하루치 언어 사용량인 7천 단어를 다 소비하고 집에 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면 배터리가 떨어진 핸드폰처럼 지지직대며 말을 안 하는 것이죠. 반면 하루 종일 집에 있거나, 혹은 맞벌이로 일을 하고 온 아내는 남편이 오기 전까지 소비한 단어는 많이 썼어도  1만 단어에 불과합니다.  저녁 밥상에 앉은 아내와 남편의 할 말은 1만 대 0에서 시작합니다. 여자는 아직도 할 말이 태산 같은데 남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싹트는 겁니다.

     

왜 이렇게 아내와 남편이 다른 걸까요?

그 이유는 남편의 사랑이 식어서도 아니고, 결혼을 했기에 남자는 이미 잡힌 사냥감에는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도 아닙니다. 이건 바로 남녀의 유전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원시시대부터 사냥이 중요했던 남자의 뇌는 바람의 방향, 동물의 발자국, 나뭇가지 각도 증 정보를 잘 처리하여 동물을 추적한 후 정확히 포획하는 기능이 발달했습니다. 여자의 뇌는 아기를 잘 키우고 가정을 잘 지키는 능력으로 발달해 의사소통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시키는 쪽으로 발달했습니다. 아기의 표정과 몸짓, 울음소리만으로도 엄마는 아기가 원하는 걸 알아서 척척 해결하도록 발달한 겁니다.      


 여성의 두뇌가 말을 하고 공감을 하는 뇌라면, 남성의 뇌는 공간지각을 위한 뇌, 문제해결을 위한 뇌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여자가, 아내가 무슨 불만을 말하면 남자나 남편은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해결이 불가능한 푸념을 늘어놓으면 남자의 뇌는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말을 안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면, 남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이 소통이 잘못되면,

 “왜 나와 헤어지고 싶어?”

 “그렇게 나와 사는 게 불만이야?”

“딴 남자가 생겼나?”


여자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폭풍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자는 자기가 힘든 걸 이해해 달라고 위로받고 싶어서 말했지만,  남자는 자신이 해결을 할 수 없는 말을 여자가 꺼내면 해결책을 찾다가 찾지 못하면 오히려 의문을 갖게 됩니다. ‘아니 내게 왜 이런 말을 하지?’ ‘내가 돕지 않아서 나를 비난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 관계에 대한 불만을 돌려 말하는 것인가?’      


여자가 사소한 투정과 불만을 하는 건 남자에게 공감을 받고 위로를 받고 싶어서입니다. 남자는 공감보다는 먼저 이성적인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여자의 투정은 바로 공감하지 못하게 되죠. 이게 바로 남녀의 차이입니다. 남자는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느끼면 즉각 공격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아니 여태 밖에서 일하다 왔는데, 내가 처자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는데, 내가 집에 와서도 쉬지 못하고 시달려야 해?” 남편이 갑자기 화를 내는 걸 아내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죠.       


‘아니 그게 화낼 일인가? 요즘 얼마나 힘들어. 조금만 더 참아.’ 왜 이렇게 위로를 못해 주지? 하는 것이죠.         

남자는 요즘 일이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자 여자가 이렇게 물어봅니다. “내가 중요해, 회사가 중요해?” 남자는 바쁜 사정을 말했는데도 여자가 이렇게 묻는 걸 이해를 하지 못하죠.


 ‘그럼 나보고 회사를 그만두고 여자만 만나라는 거야?’

‘이런 칭얼대는 여자를 계속 만나야 하나?’ 위로와 공감을 남자에게 강요하면 그 심리를 이해 못하는, 특히 젊은 남자는 바로 이렇게 반발합니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이해 못하는 연애기간에 자주 일어나는 위기죠. 여자는 남자의 일을 방해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남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서입니다. 일보다 더 여자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기다리는 어려움을 위로받고 싶어서 여자는 물었지만 청년기의 남자는 대체로 여자의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발하게 됩니다. 남녀가 이별을 맞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여자가 하는 말의 대다수는 해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로받고 이해받고 공감받기를 원한다는 걸 남자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여자는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한 남자의 침묵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연애 중에 일어나는 여자의 문제 90%는 남자가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데서 생깁니다. 특히 ‘힘들다’ ‘어렵다’ ‘속상하다’는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합니다. 여자(아내)가 불만을 호소할 때 많은 남자들은 그걸 해결해주고 싶은 책임감과 의무를 떠올립니다. 그래서 여자의 불만은 마치 자신이 무능해서 불행하다고 여자가 말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요.      


이럴 때 남자는

 ‘정말 고생했구나.’ ‘잘했어.’ ‘그래서 화가 났구나.’ ‘아, 그랬구나.’라는 공감의 말 한마디만 해도 여자의 화는 봄눈이 녹듯 사라집니다.      


‘나를 이해해 주니 안심이야.’ 이 마음 하나면 여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남자와 어떤 험한 길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남자들은 표현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사는 아내가 적은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여자에게 사랑의 표현도 잘 못하고, 여자의 말도 잘 들어주지 않는 게 문제지요. 이것만 잘해도 사랑받는 남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자는 말을 하지 않으면 병이 나는 존재입니다. 여자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게 바로 남자라는 존재입니다.       


여자도 남자에게 필요한게 있으면 돌려서 말하지 말고 직접 그 이야기를 하는게 두 사람의 사랑을 더 깊어지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행복한 연애는 이런 남녀의 차이를 아는데서 시작합니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여자는 남자를 잘 이해해 주면 됩니다. 정치만 공감과 소통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사랑을 하는 데는 소통과 이해, 공감이 더 필요한 일이죠. 사랑은 마음을 주고 마음을 받는 일이니까요.

    

즐거운 인생, 행복한 사랑을 위해서!




추신:


대문과 본문의 사진은 차인표, 신애라 부부. 이 부부는 스타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사회에 많은 기부와 봉사를 해왔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사실은 아들을 낳았지만 두 딸은 입양을 했고 나중에 딸이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그 사실을 공개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학부모 수업시간을 통해 그 사실을 급우들에게 알려 딸을 배려했습니다.  입양에 대한 편견도 없애고 두 아이의 인생을 구했다는 의미에서도 이들 부부는 사랑은 두 사람만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본문은 이은하(신경과 전문의사)님의  글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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