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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훈 Oct 31. 2015

오늘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

오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한 사내를 생각하면서

오늘 결혼하는 친구의 딸에게


축하합니다.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주지 않아도,

 아무것이 없어도 그대는 행복한 오늘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면서부터 여자는 비로소 여인이 됩니다. 그대는 오늘 '여인의 길'을 가는 겁니다.


그동안 서로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면, 결혼은 이제 두 사람이 현실로 돌아오는 겁니다.

곧 알게 되겠지만 이 세상에는 내가 고른 상대보다 더 잘나고 더 예쁘고 더 배우고 더 조건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내가 고른 상대의 결점이 보일 때부터 인생을 알게되고 결혼은 시작되는 겁니다. 결혼은 내가 선택한 그 모순의 조건, 그 결점조차 사랑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 믿음만이 세상의 고독과 싸우는 '평생의 등불'입니다.

그 믿음만이 두 사람을 지키는  '평생의 무기'입니다.

그래야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폭풍우 속을 의연히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의 본질은 몽테뉴의 말처럼 '새장'입니다.

밖에 있는 새들은 쓸데없이 그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속에 있는 새들은 쓸데없이 나오려고 애쓰는 새장입니다.

그  새장은 두 사람의 노력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아끼고 말도 아껴야 그 새장에는 평화가 올 수 있습니다..


 세상에 가장 좋은 결혼, 행복한 결혼은 없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상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결혼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의 평화는 여인의 몫입니다.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고  지붕이 되어야 합니다.


새장의 소리는 새장 안에서만 머물러야 합니다.

그 소리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새장의 안온과 평화는 사라진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딸을 시집 보내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초라한 사내가 된  친구를 위해 피천득 선생의 '시집 가는 친구의 딸에게'를 , 그리고 부인에게는 진미령의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을 예물로 보냅니다.


행복은 참아서 이루는 '인내의 성(城)'이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두 사람의 앞길에 꽃을 뿌립니다.


예리야, 딸바보였던 아빠를 생각하며 잘 살거라.

행복하세요.

꼭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

피천득 선생님과 가수 진미령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시집 가는 친구의 딸에게

                                            

                                                         피천득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아름다운 사랑에서 시작된 결혼이기에 더욱 축하한다.
중매결혼을 아니 시키고 찬란한 기적이 나타날 때를 기다려 온 너의 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예식장에 너를 데리고 들어가는 너의 아버지는 기쁘면서도 한편 가슴이 빈 것 같으시리라.
눈에는 눈물이 어리고 다리가 휘청거리시리라.
시집 보내는 것을 딸을 여읜다고도 한다.
왜 여읜다고 하는지 너의 아빠는 체험으로 알게 되시리라.


네가 살던 집은 예전 같지 않고 너와 함께 모든 젊음이 거기에서 사라지리라.

너의 아버지는 네 방에 들어가 너의 책, 너의 그림들, 너의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시리라.
네가 쓰던 책상을 가만히 만져 보시리라.
네 화병의 꽃물을 갈아 주시려고 파란 화병을 들고 나오시리라.

사돈집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친정집은 국그릇의 국이 식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좋다고도 한다.

너는 시집살이 잠깐 하다 따로 나와 네 살림을 하게 된다니 너의 아버지 집 가까운 데서 살도록 하여라.

얼마 전에 나는 무심코 말실수를 한 일이 있다.
첫나들이 나온 예전 제자가 시부모가 아니 계시다기에 “거 참 좋겠다”고 하였다.

그 옆에는 그의 남편이 있었다. 다행히 웃고 있었다.

시부모님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너의 남편의 부모니 정성껏 받들면 된다.
며느리는 아들의 배필이요 장래 태어날 손주들의 엄마가 될 사람이니 시부모께서는 너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실 거다.
네가 잘하면 대견히 여기시고 끔찍이 사랑하여 주실 거다. 너 하기에 달렸다.


결혼 후 남편이 친구들과 멀어지는 때가 있다고 한다.
너 같은 아내는 남편과 친구들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 줄 믿는다.
옛날 가난한 선비 집에 친구가 찾아오면 착한 아내는 말없이 나가 외상으로라도 술을 받아 왔다고 한다.

너희는 친구 대접할 여유는 있으니 네가 주부 노릇만 잘하면 되겠다.
주말이면 너희 집에는 친구들이 모여 차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남편의 친구가 너의 친구도 되고, 너의 친구가 그의 남편과 같이 오기도 하고…….


부부는 일신이라지만 두 사람은 아무래도 상대적이다.
아버지와 달라 무조건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언제나 마음을 같이할 수는 없다.
제 마음도 제가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한결같을 수야 있겠니?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기분이 맞지 않을 수도 적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자존심 강한 너는 남편의 편지를 엿보지는 않을 것이다.
석연치 않은 일이 있으면 오해가 커지기 전에 털어 놓는 것이 좋다.

집에 들어온 남편의 안색이 좋지 않거든 따뜻하게 대하여라.
남편은 아내의 말 한마디에 굳어지기도 하고 풀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같이 살아가노라면 싸우게도 된다.
언젠가 나 아는 분이 어떤 여인 보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러 같이 살아, 헤어지지.”
그랬더니 대답이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 하더란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싸움이라도 잦아서는 나쁘다. 그저 참는 게 좋다.

아내, 이 세상에 아내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겠는가.

천 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Peace-weaver)’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 나가는 사람이란 말이다.

행복한 가정은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결혼 행로에 파란 신호등만이 나올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어려움이 있으면 참고 견디어야 하고, 같이 견디기에 서로 애처롭게 여기게 되고 더 미더워지기도 한다.
역경에 있을 때 남편에게는 아내가 아내에게는 남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같이 극복해 온 과거, 옛 이야기하며 잘 산다는 말이 있지.


결혼 생활은 작은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긴긴 대화다.
고답할 것도 없고 심오할 것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

부부는 서로 매력을 잃어서는 아니 된다.
지성인이 매력을 유지하는 길은 정서를 퇴색시키지 않고
늘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며 인격의 도야를 늦추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은 충실히 살아온 사람에게 보람을 갖다 주는 데 그리 인색치 않다.

너희 집에서는 여섯 살 난 영이가 ‘백설 공주’ 이야기를 읽고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고거, 에미 어려서와 꼭 같구나” 그러시리라.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

                                            노래   진미령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
아버지는 나에게 꽃을 안겨주시고
어머니는 다 큰 여자가 되었다고
너무나 좋아하셔

그때 나는 사랑을 조금은 알게 되고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전화 왔네
어머니는 빨리 받으라고 하시고
아버지는 이유 없이
화를 내시며 밖으로 나가셨어

그때 나는 아버지가
정말 미웠어
내일이면 나는 시집을 간다네
어머니는 왠지 나를 바라보셔

아버지는 경사 났다면서
너무나 좋아하셔
그때 나는 철이 없이 웃고만 서있었네
웨딩마치가 울리고 식장에 들어설 때
내 손 꼭 쥔 아버지 가늘게 떨고 있어
난생처음 보았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아버지 모습
나도 같이 주저앉아 울고 싶었어

내일이면 나는 쉰이라네

딸아이가 벌써 시집을 간다

우리 엄마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그 옛날 엄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자꾸 바라보는 나의 딸아이 모습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란 걸
왜 진작 몰랐을까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란 걸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거야
그래 행복이란
바로 이런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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