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훈 Nov 27. 2015

나를 묶는 밧줄들

인생을 묶는 '구결(九結)'

우리들이 좋아하는 노래 중에 김용임의 ‘사랑의 밧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당신 없는 세상은 단 하루도 나 혼자서 살 수가 없네

바보같이 떠난다니 바보같이 떠난다니

나는 나는 어떡하라고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내 사랑이 떠날 수 없게



사랑이나 행운처럼 자기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밧줄로 꽁꽁 묶어 내 곁에 영원히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우리를 묶는 ‘인생의 밧줄’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불경에서는 인생사에서 우리를 묶는 밧줄이 아홉 가지가 있다고 하여 ‘구결(九結)’이라고 합니다.


이 밧줄은 우리를 묶는 결박이지만 사회적이나 다른 사람이 묶는 제약도 아니고 우리가  스스로를 묶는 밧줄입니다. 그렇게 보면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한편으로는 구속을 원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묶는 아홉 가지 결박의 첫째는 ‘애결(愛結)’입니다.


좋아하는 욕구에서 생기는 ‘애욕의 결박’인데 결박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결박입니다. 우리는 가끔 애욕과 사랑을 혼동하면서 살고 있지만 이것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만해의 말처럼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다’ 그렇게 서로가 자유롭다면 사랑입니다. 그러나 애욕은 소유욕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를 구속하면서도 나도 속박되는 것입니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를 구속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려는 마음, 내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사랑하는 것이 바로 '애욕의 밧줄'입니다. 애욕의 밧줄은 작은 사랑, 소유욕에 사로잡혀 아내외의 다른 젊은 여자에 집착해 자신과 집안을 망치거나, 혹은 자기 가족에 집착해 다른 곳에는 인색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선사들도 이 결박을 끊으려고 고생을 합니다. 살아있는 한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것이 이 애욕의 밧줄, 정념의 불꽃이죠. 그래서 황진이 때문에 '살아있는 부처'로 존경받던 지족선사도 애욕의 밧줄을 끊지못해  파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애욕의 불길은 이처럼 거부하기 어려운 밧줄입니다.   


둘째는, ‘에결(恚結)’입니다.


에(恚)는 성질을 내는 것입니다. 성질을 내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기에 사람과 세상에 화를 내는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너무 크기에 쉽게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질을 내면 낼수록 사람과 행운은 더 멀어지고 자신은 더 어리석은 늪에 빠지게 됩니다. 성질을 부려도 욕망이 채워지지 않자 그것밖에 안 되는 자신에 또 화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을 내면서 인간은 더욱 어리석어지는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에결, ‘성냄의 밧줄’입니다.


셋째는, '만결(慢結)'인데, 자만의 결박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잘난  척하는 재미로 세상을 사는 재미와 살맛을 느끼게 됩니다. 재산이든 재능이든 외모든 남들보다 좀 더 가졌다면 자랑하거나 자만하지 않고는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얕보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사람은 더 성장하거나 주변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없게 막아버리고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잘난 맛에 사는 오만의 늪이 바로 자만의 결박, ‘만결’입니다.   


넷째는, ‘무명결(無明結)’입니다.


 무명은 밝음이 없다는 뜻으로 어둠 속에 있는 어리석음의 결박입니다. 이 밧줄은 어리석음을 탈출하려는 노력보다는 차라리 어리석음에 안주하는 편안함을 선택하고, 스스로 무명을 편하게 여깁니다. 심지어 무명을 탈출하려는 노력을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사는 무지하고 무식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노력을 포기하면서 자신이 편하다고 만족하는 것 그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돈 많은 졸부나 권력자들이 지식인을 업신여기는 ‘무명의 결박’에 잘 걸립니다.


다섯째는, ‘견결(見結)’입니다.


 자기 만의 시각으로 보는 견해의 밧줄로 자기를 묶는 것입니다.  편견이라는 밧줄, 즉 잘못된 지식으로 자기를 묶는 결박입니다. 자기만을 내세우고 토론에 이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 밧줄로 온몸을 칭칭 감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며 세상을 사는 것이죠. 이것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지식인들이 잘 걸리는 결박입니다.  '편견과 오만'이 바로 이 밧줄이 만드는 불행입니다.


여섯째는, ‘취결(取結)’입니다.


 취결은 집착과 소유의 결박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가장 잘 묶이는 밧줄이 바로 이 결박입니다. 한때 ‘부자 되세요’가 덕담처럼 되어 광고까지 나왔습니다. 실상은 ‘사람이 되세요’가 덕담일 터인데 ‘사람이 되세요’라면 마치 악담처럼 들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안되어도 좋으니 어떻게하든  부자만 되면 된다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사람을 관리하는 시대가 되어서 그럴 것입니다. 돈이 사람을 관리하는 바에야 인생(人生)이 아닐 것입니다. 돈에 묶인 밧줄이 바로 취결입니다.


일곱째는, '의결(疑結)'입니다.


 의심하지 않고는 못 사는 ‘의심의 결박’입니다. 이 의심의 결박은다른 사람을 믿지않고 의심하기에  가정을 깨고 조직을 깨는 분열의 밧줄입니다. 자기가 쓰는 사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못 믿는 의심의 밧줄에 묶이면 주변을 모두 의심하고 그 미혹에 빠져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기 때문에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여덟째는, '질결(嫉結)'입니다.


질결은 ‘질투의 결박’인데, 경쟁하고 시기하는 마음 때문에 주변을 분열시키고 자기도 무너지게 합니다.  이 결박은 남의 머리 위에 서지 않으면 못 배기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남을 멸시하고 천대하고 짓밟고 경멸하고 그래서 ‘내가 더 낫다’는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으면 조금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결박입니다. 이 밧줄은 웃으면서도 남을 해치기 때문에 자기와 주변의 평화를 빼앗아가는 회오리입니다.  그래서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갉아먹게 됩니다.


아홉째는, '인결(吝結)'입니다.


 마음이 비루하고 인색한 것이라 하여 '간결(慳結)'이라고도 합니다. 이 밧줄은 인색의 결박입니다. 받는 것만 좋아하고, 당연히 베풀어야 할 것조차  베풀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 밧줄에 매이면  베푸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또 어쩌다 조금이라도 베풀면 생색을 내야 직성이 풀리게 되고,  조금 베풀었더라도 그 베푸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구하는 욕심의 밧줄입니다. 말하자면 먹기는 잔뜩 먹으면서 화장실은 안 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인생이 병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퍽퍽한 것도 관용과 배려보다는 인색의 밧줄에 묶인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을 묶는 ‘아홉 가지 밧줄’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묶이게 되는 이 아홉 가지 결박은 우리의 인생을 핍박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깨달음을 방해하기에 ‘구종 결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결박은 남이 묶는 밧줄이 아닙니다. 내가 내 스스로를 묶어 나를 구속시키는 결박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밧줄로 자기를 묶고 옭아맵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자유를 말하고 자유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어떤 밧줄에 매여 있습니까?  


나를 묶는 내 밧줄을 한번 살펴보시지요.

얼마나 굵고 많은 밧줄들이 나를 묶고 있는지.


그 묶인 밧줄들을 하나씩 풀어내야 우리는 비로소 ‘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리기에 인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