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열고 들어가면 문이 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벽(壁)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의 벽, 인식의 벽, 인습의 벽, 시대의 벽, 환경의 벽, 재산의 벽, 재능의 벽…
벽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벽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벽은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구속하는 장벽이 된 것입니다.
벽 때문에 예수도 울고, 고흐도 절망했고, 석가도 방황했습니다.
사람이기에,
당신도 그 벽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탄식하고 절망하고 방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벽 앞에 언제까지 머물지는 마십시오.
벽을 부수려고만 하면
벽보다는 자신이 먼저 부서지게 됩니다.
그 벽을 찬찬히 보면 벽을 지날 수 있습니다.
그 벽을 열고 들어가면 문이 됩니다.
벽 뒤에 있는 새로운 세상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벽 뒤에 있는, 당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찾으십시오.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정호승 시인의 ‘벽’을 띄웁니다.
벽
정호승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이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 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