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엔 왜 여운이 없을까

깊이 느끼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의 고백

by 삼계탕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며, 나는 듣기 쉬운, 읽기 쉬운 글은 잘 써도,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기는 표현은 부족하구나 느낀다.


학창시절, 교내 글쓰기 대회만 나가면 고배를 마셨다. 분명 예쁜 표현을 골라골라 읽기 쉽게 쓴 거 같은데,

아 그랬구나. 내 글엔 깊은 여운이 없었구나.

나는 세상을.. 뭐랄까... 한 장면 장면을 아주 의미있게 보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스쳐지나 보낸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어느 장면에 마주서면 자신의 뾰족함으로 그 장면을 찔러 찔러서 아주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 보는 거 같다.

둥그런 나는 그 장면들을 늘 가뿐히 스쳐지나간다. 그 장면 안에 어떤 공기와 마음들이 오가는지 내밀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왤까..

7살, 지하 다방을 운영하는 홀어머니가 경찰에 낼 증거물로 손님들에게 손찌검을 당한 멍 자국을 촬영할 때마다 나는 그 장면을 내밀히 들여다 보는 걸 멈춰버렸다.

9살, ”여기선 키울 수 없다“며 나를 이혼한 아버지에게로 떠나 보내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장면을 내밀히 들여다 보는 걸 멈춰버렸다.

10살, 나에게 손을 올려 후려치는 아버지의 새 부인 모습을 내밀히 들여다보길 멈춰버렸다. 마치 내 일이 아닌양,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다.

30살, 모든 일은 내 책임, 내 탓으로 두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배웠다. 마음에 들었다.

지난 일들을 두고 “역시,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저런 유년시절을 보낸 덕분에 지금 이렇게 맷집이 세진 거 아니겠어? 그때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도, 내 팔자야. 내 탓이야. 남 욕할 거 하나 없어“ 그렇게 씩씩하게 지난 날의 장면을 가뿐히 뭉개버렸다. 절대 마주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내 특징을 두고 “유들유들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무슨 상황이든 그려려니 한다” 칭찬해왔었다. 그런데 이젠 싫다.


상처를 받을 지라도, 아픔이 크게 느껴질지라도 장면 장면에 푹 빠져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느끼는 그 내밀한 공기와 마음들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그 깊은 여운을 표현해보고 싶다.


33년간 굳은 살이 눈에 박혀버렸는데,

얼마나 많은 눈물로 녹여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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