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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정 May 24. 2019

아무렇지 않은 아무렇지 않아야

그리는 말들 : 어디까지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야 당신이 괜찮을까.

오늘 계단에서 어떤 여자가 전화를 하며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계단이 있는 곳은 사람 많이 지나지 않는 쪽이었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눈물을 닦고 있었다.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참아 오후 일정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유난히 힘이 빠져 운동을 하지 않기로 하고 집으로 갔다. 날씨가 맑아서 걷고 싶었다. 꼭 온몸에 피가 빠진 사람처럼.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장미가 많이 피어 있었고 나른한 고양이도 많이 보았다. 공원길을 따라 걷다가 계단 끝 쪽 어떤 여자가 고개를 돌려 전화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다 들릴 정도로 울고 있었다. 엉엉 우는 소리를 참으려고 한 것 같았지만. 오늘 그렇게 우는 사람을 보니 담 위에 걸려 자라는 장미는 그렇게 구슬퍼 보였다. 나는 힘이 더 빠진 채 집에 도착했다. 


가끔 어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처음 본 여자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눈물을 닦는다. 닦는다는 표현보다 눈을 비벼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눈이 아픈 것처럼 또는 졸린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말이다. 최근까지 그런 날이 반복되다 치기도 했다. 이럴 때면 늘 더 이상 울고 싶지도 않아진다. 눈물이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눈물이 나올 때면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를 찾고 찾다 보면 더 슬퍼져 계절 지나 마른 검은 장미 같아 지기 때문이다. 




구슬펐던 이유는 오늘 본 여자는 왜 울었을까가 아니라 

발갛게 달아 올라 우는 모습이 나처럼 보였었다.


...


그리고 




울고 있어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는 여자로만 여기는 것 같았다.


우리의 마음은 어디까지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보이게 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걸까.










ⓒRYU HYEONGJEONG (@drawing__stay)

일상의 느슨한 간격을 그림과 문장으로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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