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말들 : 감은 날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한 줄 한 줄 나열했다.
나열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임에
기억할 수 없는 곳으로 가기 전까지
잊지 말자고 떨리는 손가락을 구기며 써 내려갔다
쓰던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구기려 했다.
구겨 넣어 마음에 온몸 세포 안까지
스며들어 빠져나 갈 수 없도록 나는 만들어야 했다.
빠져나 갈 수 없도록 나는 만들어야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복적으로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구기려
행한 마음에 대한 어떠한 보상이나
어떠한 미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다시 구기고 있었다
ⓒRYU HYEONGJEONG (@drawing__stay)
일상의 느슨한 간격을 그림과 문장으로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