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형정 Aug 06. 2019

마음을 구기려 했다.

 그리는 말들 : 감은 날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한 줄 한 줄 나열했다.


나열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임에

기억할 수 없는 곳으로 가기 전까지 

잊지 말자고 떨리는 손가락을 구기며 써 내려갔다 


쓰던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구기려 했다.


구겨 넣어 마음에 온몸 세포 안까지 

스며들어 빠져나 갈 수 없도록 나는 만들어야 했다.  



빠져나 갈 수 없도록 나는 만들어야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복적으로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구기려



행한 마음에 대한 어떠한 보상이나 

어떠한 미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나는 종이를 구기며 

마음을 다시 구기고 있었다











ⓒRYU HYEONGJEONG (@drawing__stay)

일상의 느슨한 간격을 그림과 문장으로 그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