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moon Dec 12. 2016

고객이 묵묵히 감수하는 '불편함'에 주목하라

#staytech 열아홉번째 이야기

중소형호텔 고객 대부분은 '뚜벅이족'이었다. 자신과 가까운 근처 숙소를 바로 찾거나, 어디선가 입소문에 의지해 방문하는 손님이다. 그런데 '여기어때' 등 숙박O2O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이들은 휴대폰을 들고, 원하는 숙소를 직접 고르고, 결제한다. 비용부터 테마, 시설을 꼼꼼히 살핀다. 사용자 후기를 챙기면서, VR(가상현실)로 객실을 미리 체험한다. 덕분에 여기어때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객실 거래매출 1천억 원 시대를 열었다. 10개월이 안걸렸다.  


최근 '예약' 시스템은 한 단계 도약했다. '불황'에 주목한 결과다. 불황은 소비자와 숙박업주에게 '불편함'을 제공한 단초(端初)다. 손님은 객실가에 부담을 느껴 발길을 끊고, 업주는 늘어나는 공실에 한숨 짓는다. 빈 객실은 많아지는데, 손님은 비싸다고 방문횟수를 줄인다. 같은 시설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다. 그래서 꺼내어 든 열쇠가 '타임세일(6월)'과 '얼리버드(9월)'다.

타임세일은 숙박업주 스스로 파격적인 할인율이 반영된 객실가격과 시간대를 정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 '얼리버드'는 숙소를 예약하면, 반값 쿠폰을 업체가 바로 지급해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한정판 혜택 객실이다. '여기어때'가 직접 숙소를 확보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숙박업주 주도의 '타임세일'과 차이가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빈 방’을 사이에 둔 업주와 고객이 효과적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같다. 두 기능 통해 숙박업주는 공실 우려를 해소하고, 고객은 파격적인 혜택으로 방을 확보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제휴점주는 수익이 증가하는 동시에 충성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고객은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숙박업체를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가능하다.


지난 6개월간 '타임세일'을 통해 판매된 객실은 60만개에 이른다. ‘가격’은 청결과 서비스만큼이나 소비자의 중요한 숙소 선택 기준이다. 할인율에 민감한 이들이 '타임세일' 객실을 적극 선택한 결과다. 부산 해운대의 50만원 상당의 호텔 패밀리스위트 객실은 4만대에,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30만원짜리 대형 파티룸은 90% 이상 할인된 2만원대에 거래됐다. 이런 특출난 경험을 차치해도, 통상 '타임세일'로 30% 저렴하게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숙박업소 참여도 적극적인데, 900개 수준이었던 '타임세일' 객실은 현재 3천개로, 3배 이상 늘었다. 숙박제휴점 절반 이상이 '타임세일'로 객실을 거래하는 셈이다.


'일찍 일어난' 고객은 평소보다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잡을 수 있다. '얼리버드' 객실은 한정 수량의 특가 객실을 선점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예약 서비스다. 이런 판매 시스템은 항공권에서 적용된 바 있다. 항공권이든, 숙박권이든 당일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판매자는 1원도 매출을 건질 수 없다. 팔리지 않으면, 소멸되는 상품 특성에 착안했다. 빈 방을 만들고 싶지 않은 업주와 저렴하게 객실을 이용하려는 소비자 욕구를 동시에 충족한 서비스다. 이 같은 수요가 반영돼 최근 3개월간 판매된 '얼리버드' 객실은 4만개가 넘는다. 예약 거래액은 30%(9월 대비 11월)나 올랐다. 도입 당시 300개 수준이던 ‘얼리버드’는 이제 600개 이상의 객실이 매일 새로운 손님을 만난다.

불황 속 숙박업주는 '얼리버드'와 '타임세일'로 고객을 능동적으로 확보하면서, 공실 우려를 해소한다. 동시에 사용자는 파격적인 혜택과 가격으로 합리적인 숙소 예약이 가능하다. 숙박O2O를 통한 객실 예약이 일상화되면서, 숙박시설 점주와 사용자간 접점이 강화된 셈이다. 여기어때의 타임세일과 얼리버드로 판매된 객실은 64만개에 이르고, 이를 통한 예약 거래는 300억원을 향한다. 묵묵히 불편함을 견디던 소비자, 즉 업주와 사용자의 불편함에 주목해 해답을 구한 성과다.


매거진의 이전글 O2O가 프렌차이즈 사업을 '왜'하냐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