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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라스님 Jul 27. 2017

순례자의 자세

나는 어떤 여행을 꿈꿔왔을까.


순례길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존경할만한 분의 수행여정을 따라,

후대의 사람들이 그 길을 되짚어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화한 길이라고 해야할까.

여행코스이자 순례자의 길로 그 의미가 같을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겠다.

누구에겐 여행이고, 

누구에겐 순례의 길인...


물론, 성인의 정신을 기억하고,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겠지만...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은 88개의 사찰을 탐방하며 길의 의미(진언종 창시자인 코보대사의 깨달음)를 키우는 곳이란다.

88개의 사찰을 탐방...

그 많은 사찰을 탐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걸어내야할 것이다.


처음엔 굳이 한 성인의 길을 답습하고, 모두 거쳐야만 하는 길로 만들어 놓았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여전히 사람들에겐 답습이 큰 공부이며, 정해놓은 길은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안정적이며,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을 인연짓게 해주는 효과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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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 순례를 가기 전에는 그 먼 곳에 굳이 가야하나 생각했다.

이 곳, 이 자리, 이 시간

바로 지금 수행하고, 깨우치는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일처럼 그 길을 따라나서게 되었다.


불편함과 견뎌냄의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 딱 어느 한 장소에서 모든 상황을 전환시켜줄 느낌을 얻었다.

그 찬란한 느낌으로 모든 여정이 고귀하고, 환희롭게 기억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사람들이 성지순례길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해할때면 한번은 꼭 가보시라고 말을 건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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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놓은 길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주는건 분명하다. 

그 길을 즐긴 후엔,

참다운 여행이 무언지는 이제부터 알아가야 하는 수준이랄까.

정해놓은 길이 여행이고, 순례인줄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행과 순례가 다르냐, 같은가 하는 지점은 자신에게 달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인과의 공통점을 찾아가며 위안을 삼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망상적 동일시 증후군이라 하던데...


어떤 순례길에 가야만 그걸 느끼고, 깨닫는게 아닌데도,

우린 그 길을 꼭 가야하는 것으로 만들어 여기고,

그 길을 걷지 않으면 여정을 포기한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순례길이란 

저 숲의 모든 나무를 줄로 연결해서 그 길을 모두 걸어내야만

숲을 다 알았다고 느끼게 하는데 그쳐있는게 아니다.

오래오래 걷다보면 

걷는 감각을 떠나, 느껴지는 내면의 만남처럼,

순례자들이 걸어야하는 그 코스를 넘어,

그 길에 머물며 순례자들의 길을

응원하듯, 호흡을 채워주고, 청량감을 선사해주는 

뿌리깊은 나무의 성스러움과 만나는 시간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회복과 치유의 일환으로 

명상과 호흡, 바라보기, 요가, 테라피 등을 이용한다.

우리는 어느새 치료되어야 할 존재로, 

또 치료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이 순례의 길이 되는 순간,

치료할 바가 없는 자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내려놓은 마음뜰 안에는 언제나 봄



어라의 숨고르기 http://blog.naver.com/kns6847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968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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