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라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출처: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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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많은 과정 가운데 이루어지는걸 알면서도, 흔들리고 불안정한 마음때문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던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러다, 문득 문득 얻어지는 나만의 깨달음과 평온은, 그 지점에 대한 애착과 결론으로 나를 다시 짓누르기도 했지요. 그것을 불가에선 아만, 아집이라고 하고, 법집이라고도 하지요.
요가에서 말하는 연꽃자세는 결가부좌라고도 하고, 가장 안정적인 자세를 지칭해요.
좌법에는 여러 형태의 자세가 있지만, 가장 안정적인 자세라고 말하더군요.
아마 붓다가 좌법가운데 결가부좌로 깨달음을 얻어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겠고, 많은 요기들이 그 자세로 장시간 수행을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대게 자세에서 오는 정서와 이익을 위해, 자세 연습, 스트레칭을 강조하지만,
좌법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서와 마음그릇도 준비와 성숙이 되야 그 좌법을 유지할 수 있다는걸 모르는것 같아요.
좌법이 익숙해지는 것은, 좌법에 수많은 시간을 들였을때 오는 습관같은거에요.
그 습관에 마음이 놓여지고, 안정이 되는 것은 호흡, 화두, 요가의 행법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시간(업)을 내려놓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안정이지요.
그렇다하더라도 불안한 삶의 사이클(윤회) 안에 머물고 있기에 흔들리는 마음은, 수행에 익숙하게 하는 좌법과 좌법을 넘어선 행법, 또 삶에 적용해서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수행의 가장 큰 이익이고, 이뤄내야할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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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에 있을때,
한 후배스님이 가슴에 積(적)이 생겨 호흡이 내려가지 않는 증상을 제게 의논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 방법을 일러 주었는데, 단 몇일 해보고는 안된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어요.
호흡을 잘못하면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하지만, 화두를 잘못 들어도 일어나는 병증이에요.
그 증상은 여러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바로 해소하고자하는 그 마음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하는데, 그걸 몰랐을거에요.
너무 준비안된 안정적이지 않은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잠깐의 좌법을 통해 해소하기를 바라고 있지않았나 싶어요.
가장 안정적인 자세로 수행한다고 해도 장시간 수행하는 법이란, 마음이 평온하고, 그 깊이가 습관을 넘어서게 될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게 무슨 수행이냐 하겠지만, 오래앉아 있을 수 있는 평온함이 없으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안정선이 있어요.
바쁜 삶의 여정 속에 잠깐의 틈을 내어 수행을 반복하더라도, 그것을 지속시킬 힘을 키우는 것은 늘 알아차리려고 해야하고, 자주 앉는 습관, 또 쉬는 날에는 종일 수행에 힘을 쏟아부어봐야 해요.
출가 전 어려서부터 오랜간 호흡단체에 있었어요.
그곳 회원들은 거의 모두 일반인들이었지만, 수행에 대단한 열의가 있었지요. 주말이면 밤을 세워 수행하고, 평일에도 퇴근후에는 늘 그곳에서 몇시간이고 수행을 하곤 했어요.
출가해서 선원에서는 가히 모든 날들을 수행에 힘을 내지요. 그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알게되는 것들이 있더라구요.
많은 시간을 배우지 않고는 넘어가지 못하는 계절적 무르익음이 있어요.
연꽃자세에서 오는 정서와 마음의 정서가 일치할때, 저 먼 곳에서의 울림이 흔들림이었구나 알게될겁니다.
흔들림이 위험과 문제의 파도가 아니라 근원에서 울리는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어라의 숨고르기 http://blog.naver.com/kns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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