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달리기

4. 러닝의 묘미

by 어라스님

#4.


새벽4시 알람이 울린다.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나 잠시 앉아 온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웬만하면 새벽에 잘 뛰지 않는데, 오늘은 아는 몇 분과 함께 새벽 러닝을 하기로 했다.

다른 러너들은 새벽, 이른 아침의 러닝을 마치 인생의 기적과 묘수처럼 표현하던데, 정작 나는 새벽에 몸이 쉽사리 깨지못한다. 부상입기 쉬운 체질이라는 생각에 아침 러닝보단, 주로 저녁에 뛰고 있다.


이것도 습관들이기 마련이겠지만,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내 몸은 내가 잘 파악해야한다. 스님들은 새벽에 일어나 수행하지 않느냐고 누군가 반문한다면, 내가 선원에서 지냈던 시기는 어리기도 했고, 이런 과격한 운동이 아니었기에 새벽에 일어나 대중스님들과 새벽수행, 기도를 하는건 그리 몸에 스트레스나 부담을 주지않았다. 그래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육과 관절을 손으로 많이 만져준다. 노인이 이부자리에서 꼼지락대듯이 어두운 방안에서 서서히 나를 깨워가고 있다. 한참을 만지다보면 졸렸던 눈도 멀뚱하게 깨어나고 관절도 완전하지는 않아도 풀어지는 느낌이다.


깨어나려는 움직임이, 불도 없는 컴컴한 방안의 어둠을 깨트려주고 있다. 그것이 지혜를 밝히는 공식이지않을까. 빛이란 차후에 발현될 인과적인 것이고, 어둠 가운데 깨어나려는 작은 움직임이 빛을 향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스트레칭 체조는 당연히 해야하지만 막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리 관절을 만져서 깨워놓지 않으면 여지없이 몸에 큰 영향이 온다. 그리 나이먹지 않았음에도 내 약한 체질 때문이라고 변명해본다.

한참을 앉아서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해주고는 맨소래담까지 발라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연달아 뛰거나 무리하면 부상이 오는 연약한 몸이다.


괜스리 몸 탓이 세월 탓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서글프다. 몸이 아프거나 병이 들면 정말 서러운 마음이 든다. 어렸을적에는 아프면 그냥 아프고 병원다니고, 다시 회복하면 가쁜한 마음, 그 두가지 마음뿐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아프거나 병이 나면, 그 고통 속에만 있지않고, 많은 상념이 오래 머물다 흘러간다.


그래서, 기능이 약해지고 병이 드는 시점에, 그 시간을 통해서도 공부를 하는가 보다.


아침을 여는 부지런하고, 진취적인 내가(몸과 마음이), 삶의 기적을 일궈내는 것이지, 러닝이 삶의 기적을 준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몸과 마음이) 삶의 묘미를 해석할 힘과 깊이가 있어야, 그 가피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 가운데 러닝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요즘이다.


러닝을 통해 내 삶의 기운을 북돋았다면, 그 기운을 흥청망청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삶의 묘미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복진타락의 길로 안내할 수 있다.

아! 타락마저 삶의 묘미가 될 여지가 있겠다. 좋은 것도 넘치면(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결과를 우리는 인생에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치와 묘미는 좋은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법칙을 바로보게 하는 것이기에, 그 좋은 기운을 갈무리해서, 내가 써야할 곳에 집중하는 지혜의 선택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 낸다.


러닝은 수행의 시작이 아니다.


수행의 시작은 묘미를 다루는 시점부터 시작인 것이다. 누구나 달리거나, 앉거나 호흡하면 어떤 효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들을 가지고 비교 하고, 정답인양 할 필요가 없다. 달리며 느끼는 효과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두고 기적을 말하는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오욕지족’이라는 말을 절집에서 많이 한다.

방편을 통한 충만한 에너지와 의욕이 생겼다면, 적절히 절제와 만족을 알고, 이치를 깨우치는데 사용해야한다. 러닝을 통한 성취감이 넘치다 못해 과욕을 부르는 행동으로 진행되면, 지혜보다는 오욕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다.


매일 아침 뛰는 러너들이 맞이한다는 삶의 기적을 나는 맛보게 되지 못하는걸까라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아침형 러너가 아닐뿐, 수식어가 없는 러너이기만 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면 된다.


몸을 다 풀었고, 이제 동료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책은 출시 본이 아니며, 만든 이미지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님의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