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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Apr 22. 2020

신입사원 공개 채용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얼마전,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을 통해 기술영업인원 1명을 뽑았다. 원래 계획은 각 부서별로 새로운 인원을 몇 명 더 충원할 계획이었으나 마음에 쏙 드는 인원도 없는데다 날로 심각해지는 코로나 사태와 암울해져가는 경제 상황을 감안해 일단 한 명으로 마감했다.


사실 이 한 명도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많은 회사들이 무급휴가, 희망퇴직, 감원을 얘기하고 있는데, 기계 제조업을 하는 자그마한 중소기업 주제에 충원이라니. 그런데 이 친구의 이력서를 읽고, 또 직접 면접까지 보고나니 ‘지금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꼭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물론 경험상 이런 생각과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 중에서도 청년층이 가장 타격이 크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취업난으로 고단할텐데, 파도가 엎친데 덮친 격이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취업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낙담하고 있을 그들이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다.


이번 채용에서 다양한 이력서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회사와 어울리는 인원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어디 내어놓아도 뒤질 것 없는 대단한 이력을 가진 친구들이 왜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간만에 들어간 브런치에서 중소기업 입사와 관련된 글을 읽게 되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댓글들이었다. 문득 “아, 이게 요즘 취업에 나선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 중소기업은 잠깐 한눈을 팔아서도 안될 몹쓸 대상이고, 오로지 대기업만이 진리이며 취업의 절대목표라는 생각. 과연 맞는 걸까? 글쎄 뭐랄까? 왠지 본질에서 한참을 벗어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물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분명 차이점과 장단점이 있다. 근무환경이나 조건이 다르고, 업무를 하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아무래도 규모에서나 급여, 복지, 교육 등과 같은 다양한 부분에서 대기업이 우수한 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적합도를 논한다면 중소기업을 후순위로 놓아야 할 아무런 이유나 근거는 없다. 오히려 개개인의 특성이나 성격과 더 연관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국내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인 사업 등을 모두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 대기업에서는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됐다. 적어도 사원급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팀장급이 되니 상당부분 권한과 책임이 주어졌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분야라 내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내가 가는 길이 곧 회사가 가는 길이어서, 책임과 부담이 상당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인 극과 극의 세계. 나? 후자쪽이다. 개인 사업은 그 압박이 더했다. 어느 분야에서던 실력과 운이 모두 따라야 성공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주변 환경과 부대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낭중지추’라는 속담은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띄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어디에서나 이런 능력자들이 존재한다. 이런 인물이 많을수록 회사의 미래는 밝다. 잘 선발한 인원 한사람 덕분에 회사 체계가 더 잡히고,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단단한 심지가 있고,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는 어딜 가서나 인정받는다. 작은 중소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주도적으로 회사를 이끄는 사람도 있고, 대기업 소속이지만 별로 존재감이 없는 사람도 널려 있다. 그릇의 크기를 탓할게 아니라 그릇 속에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가를 논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뛰어난 개인은 그릇 자체를 키울 수 있다. 만약 그릇이 개인을 담아 내지 못한다면, 그 개인은 새로운 그릇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크던 작던 그 속에서의 경험과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에게 달린 문제다. 어느 조직이던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항상 있고, 좀 더 발전하고자 자기계발에 열심인 사람들도 많다. 이는 조직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라는 사실, 그리고 ‘길의 선택은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 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라는 선택에 대한 갑론을박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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