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회사어로 말하라’라는 책과 관련된 글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다.
참고로 ‘회사어로 말하라’는 LG U+라는 조직에서 법인 영업을 담당하던 김범준이라는 회사원이 16년 직장생활 경험과 2년 동안 100명이 넘는 기업의 임원진, 사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모아 펴낸 책이다. 베스트셀러로 공전의 히트를 쳤고, 회사에서도 여러 권의 책을 구입해 직원들이 돌려가며 읽도록 했다. 이 책에서는 직장인이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꼭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알려주고,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회사에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새삼스럽게 ‘회사어로 말하라’라는 책을 소환한 이유는 최근 ‘제대로인 질문과 재대로인 답변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부르고, 나쁜 질문은 나쁜 답을 불러 들일 때가 많다’이다.
질문은 중요하다.
그런데 질문의 목적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주체가 되어 답변을 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말싸움에서 승패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져 무지(無知)를 깨닫게 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올바른 개념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분명하고 의도가 좋더라도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목적과 의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께름칙한 감정의 앙금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질문에도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법 내지 질문의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도 태도, 말투, 내용, 때와 장소, 대상 등등 다양한 항목들이 있을 듯싶다. 나는 그중 으뜸으로 사람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질문 자체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나 역시 공개석상에서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예상치 못한 질문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게 또 웃기는 것이, 질문의 수준이 너무 높거나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전문 지식을 논할 때야 그럴 수 있다지만, 질문 자체가 너무 고차원(?)적이라 허무맹랑하거나 질문자의 수준이나 의도가 의심스러운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럴 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보편타당성에 준하여 스스로 생각해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을, 굳이 질문이라고 던진다면, 과연 몰라서 묻는 걸까? 아니면 뻔히 알면서 떠보는 걸까? 또 질문자 개인의 감정이나 편견이 심하게 들어가거나 앞뒤 분별 못하는 무지한 질문에는 답변 생각하랴, 감정 제어 하랴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답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재대로인 답을 얻고자 한다면 제대로인 질문을 하라.'
기왕이면 제대로인 기술과 방법을 사용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변화심리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작가인 앤서니 라빈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마음에 새겨둘 만한 명언인 듯하여 옮겨 본다.
“삶에서 던지는 질문의 수준이 생각의 수준을 결정하고, 생각의 수준이 삶의 수준까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