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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Feb 21. 2016

아지랑이 피는 봄

봄은 치열하게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기다

一生之計 在於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一年之計 在於春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一日之計 在於寅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幼而不學 (어릴 때 배우지 아니하면), 老無所知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春若不耕 (봄철에 만일 밭 갈지 아니하면) 無所望 (가을철에 바랄 것이 없고), 寅若不起 (새벽에 만일 일어나지 아니하면) 日無所辦 (그날에 할 일이 없다).”


이는 '공자의 삼계도(三計圖)'에 등장하는 글귀다. 

오행 중 목(木)의 성격을 이처럼 잘 표현한 구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 목표와 계획의 중요성이 구절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배움이든 농사든 반드시 때가 있으므로 그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가르침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오행에서 목(木)은 계절로 보면 봄에 해당한다. 봄은 꽁꽁 얼어붙었던 산천초목이 새 숨을 얻어 깨어나는 시기다. 어둡고 춥던 계절을 밝고 화사하게 변신시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움츠려 들었던 사지를 활짝 펼치기에 힘이 부칠 때도 있다. 하지만 본능적인 성장욕구를 가진 목(木)에게 좌절이란 없다. 막히면 돌아서 새로운 길을 찾고, 부단히 사방팔방으로 그 기세를 뻗어간다. 뻗어 펼치려는, 치솟아 오르려는, 뛰쳐나가려는 강렬한 의지는 엄동설한에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다. ‘봄, 청춘, 도약, 샘, 용수철, 솟아오르다, 튀다’ 등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또 분리하면 ‘spr(rapid movement, stretch: 급한 움직임이나 뻗는 동작인 스트레치)’과 ‘ing(동작이나 결과)’의 합성어이다. 때문에 봄은 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아직도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겨울. 아주 미약하긴 하지만 어디선가, 뭔가의 꼬물거림이 있다. 그 꼬물이의 가녀렸던 맥박이 조금씩 강해진다. 그렇게 서서히 임계점에 이르게 된다. 찰나다. 어느 순간 마치 웅크렸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겨우내 숨죽였던 샘이 솟고, 새순들이 터져 나온다. 본격적인 계절의 변화를 선포하는 것이다. 


아지랑이는 두 계절의 접점에 등장한다. 지표면 부근에서 가열된 뜨거운 공기를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받은 찬바람이 밀어 올리면서 봄 아지랑이가 만들어진다. 뽀얀 새벽 운무를 비집고 든 햇살에 반짝반짝 하늘거리는 모습. 어린 시절,  나 홀로 등산을  즐겨 하던 내가 산비탈 양지에서 종종 보았던 아지랑이의 기억이다.


‘봄꽃, 봄처녀, 봄나들이, 봄 향기……’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봄은 따스하고, 부드럽고, 살짝 건드리면 톡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설렘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속살을 살짝 들여다보면 엄청난 에너지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봄 아지랑이는 나른함이 아니라 치열함의 상징이다. 


봄은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기다. 공자의 삼계도에서도 언급되었듯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한 해를 통째로 그르칠 수도 있다. 풍성한 가을의 수확을 기대한다면 봄 아지랑이를 뚫고 냉기가 채 가시지 않은 딱딱한 대지를 헤쳐 씨앗을 심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루를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 흔히 인생에서의 봄을 파릇한 10대에 비유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 시기에 배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현대에는 배움이 일정한 시기로 제한되지 않는다. ‘평생학습’이란 말을 보라. 이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무엇하나 쉽지 않은 세상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봄과 새벽과 적절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를 채워나가야 하는 이 시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진: 아지랑이, 성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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