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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Jul 14. 2016

인간의 한계란 어디까지일까?

한계를 극복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지지자(知之者)는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요, 호지자(好之者)는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 니라.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 공자, 논어 옹야편


지난주 말, 제주 서귀포에서는 국제 철인 3종 경기대회 (2016 Hallaman Triathlon Jeju)가 열렸다. 

이 대회는 그 규모에서나 거리에서 국내 철인대회 중 거의 최고봉으로 통한다.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그들만의 리그’인 제주 철인대회가 궁금해 인터넷까지 뒤져보게 된 건 매일 아침 함께 수영을 하는 동생이 선수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평소 강단 있고, 다양한 운동을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동생이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수영 3.8Km에, 사이클 180.2km, 그리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 달리기를 연이어하는 경기라 하니 운동 꽤나 한다는 사람도 입이 쩍 벌어질 수준이 아닌가?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이 동생이 키 148cm의 단신이고, 중학생 딸아이까지 둔 40대의 아줌마라는 사실이다. “Little Giant”. 작은 거인이라는 호칭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출발에서 완주까지 도합 15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는 이 무지막지(?)한 경기를 무사히 마친 동생이 과연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긴 한 걸까 싶었다. 수영장 다른 동료의 얘기를 빌리자면 “난 이제 네가 좀 무섭다”. ㅎㅎㅎ 솔직이 말하자면 나도 좀 그렇다.


며칠 전 그 동생에게 물었다. “도대체 그 긴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냐?”고.

처음 수영 3.8km에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만나는 제주의 다양한 길에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란다. 울퉁불퉁한 현무암 길, 부드럽고 평탄한 해안 도로길, 거친 돌멩이길과 꿀렁꿀렁한 산간도로 고갯길을 지나면서 문득 삶이 생각났단다. 최근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던 자신의 삶이 떠올라서 두어 번 울컥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마지막 마라톤은 오히려 아주 재미있고 즐거웠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미친 거 아니야? 수영 3.8km에다 자전거를 180km 넘게 탔으면 체력이 웬만큼 바닥났을 거고, 그 상태에서 풀코스 마라톤을 하는데 어떻게 고통스러운 게 아니고 즐거울 수가 있지? 그게 인간이야?” 


그러자, 동생은 그 이유를 담담히 풀어내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도, 기록을 위해서도 이걸 하는 게 아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원했고, 즐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힘들었지만 경기 내내 자신이 타고난 체력을 가졌음에 감사했고,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고, 그래서 이처럼 엄청난 도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단다. 그런 마음이었으니 전혀 힘들다거나 고통스럽다는 생각도 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솔직이 난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렴풋이나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단초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문득 그녀가 들려둔 지난날 자신의 얘기가 떠오른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20대 초반, 자신이 제일 하고 싶던 교사의 꿈을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못다한 꿈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과 운동을 함께 하고 있어 힘들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단다. 타인의 시각이야 어쨌든 간에 자신의 주관적인 시각에서는 만족감이 너무도 크다며 웃음을 보인다. 긍정적 생각이 사람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를 생생히 보는 듯하다. 또 다른 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동생의 모습이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 그녀의 당찬 도전과 거침없는 용기가 나에게도 좋은 기운을 불러일으켜 주는 듯해서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런 방황과 갈등은 사춘기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있다. 아마도 평생 동안 마음에 두고 함께 가는 영원한 숙제 같은 것이 아닐까? 사춘기, 오춘기, 심지어 육춘기가 마냥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만 하고 살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가고 싶지 않은 길도 가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분투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길은 열리지 않을까? 


어린 유치원생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며 아무렇지 않게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자그마한 철인 선생님…… 

상상만 해도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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