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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Sep 07. 2016

세상은 넓고 고수는 널렸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힘이 성공을 위한 첫걸음이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일본의 유명 작가이자 마라토너인 무라카미 하루키. 그가 자신의 묘비명에 새겨 넣고 싶다고 한 말이다. 

그리고 이는 마라톤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명언이다. 이 말이 얼마나 어마 무시한 말인지는 한번이라도 자신의 한계를 부딪쳐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법하다. 그런데 이 양반, 매일같이 10Km를 달리고, 한 달이면 300Km를 달리며, 심지어 당일코스로 1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도 종종 모습을 보일 뿐 아니라, 심심(?)하면 트라이애슬론 경기에까지 등장하는 진짜배기 철인이다. 


내가 아침마다 다니는 수영 클럽에도 매일 10Km를 뛴다는 후배가 있다. 아침 출근 전에 수영을 하고, 달리기는 퇴근 후에 한다는 운동 마니아다. 이 친구 역시 각종 마라톤 풀코스와 철인대회 등에 수시로 얼굴을 내민다. 어느 날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5개 산을 주파하는 산악 달리기를 했다고 하고, 며칠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지방에서 열린 100Km 마라톤 대회에 다녀왔다며 검게 탄 얼굴에 웃음을 보인다. 언젠가는 중국의 만리장성 위를 달리는 마라톤을 하고 왔다 하여 나를 놀라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친구의 백미는 얼마 전에 밴드를 통해 전해온 사건이다. 


                “축! OOO회원, UTMB (Ultra Trail Mont Blanc) ccc (101km) 완주”



UTMB는 1년에 한 번,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를 가로지르는 알프스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 대회다. 그냥 평지도 아니고 (사실 평지라 해도 101km란 숫자에 찍소리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할 판이다) 고도 2,500m가 넘는 가파른 산악지대를 오르내리는 이런 무지막지한 경기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경기중에는 290km 코스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튼 그의 최종 완주 기록이 25:37:08 이란다. 즉, 3.95km/h의 속도로 무박 2일 동안 알프스의 산등성이를 뛰어다녔다는 얘기다. 정말 대단하다.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선수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제일 빠르게 주파한 선수는 12시간대란다. 이거야 원, 사람인지 치타인지…… 정말 입이 쩍 벌어질 노릇이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널렸다” 


이처럼 시의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


이런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 맞다. 도전정신이다. 물론 열정 또한 뒤처지지 않는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은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인내 유연성의 결과다. 치열한 스포츠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이 모든 능력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오행으로 보면 도전정신은 목(木)기운에 해당하고, 열정은 화(火)기운에 해당한다. 또 인내력과 유연성은 금(金)기운과 수(水)기운으로 대변된다. 목화금수의 기운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토(土)기운의 영역이다. 


비단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던지 성공하려면 오행의 기운들이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문제를 일으켜 한데 어우러지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하거나 오랜 시간 유지되기가 어렵다. 


잠시 예를 들어보자. A는 오랜 시간 고난과 좌절의 시기를 끈질기게 버텨내고 어렵사리 성공의 자리에 올라섰다. 반면에 B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운벼락 덕분에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성공의 자리에 앉았다. 누가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B도 도전 정신과 열정은 남부럽지 않다고 자부한다. 능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B에게는 A가 몇 번의 처절한 실패를 극복하면서 축적한 경험치가 없다. 경험치가 떨어지다 보니 닥쳐오는 각종 비바람을 이겨낼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올라가는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가는 때가 있는 법. 급작스럽게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인이나 혜성처럼 등장한 인기 연예인, 또 복권이나 로또, 부동산 등으로 갑자기 큰 돈이 생긴 벼락부자의 말로가 그리 좋지 못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 개개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동일하지 않다. 또 성공으로 향하는 길 역시 복잡다단하다. 그러므로 타인이 생각하는 성공의 잣대를 나의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성공을 원한다면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나서 그에 어울리는 도전정신과 열정, 인내와 유연성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하면 된다


다만 우리는 누구나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므로, 자신의 사주팔자와 오행에서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먼저 살펴보고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즉, 도전정신으로 대변되는 목이 과다한 사람과 인내력을 의미하는 금이 부족한 사람이 보완해가야 할 능력은 분명 같지 않다. 그러므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 노력은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힘이 성공을 위한 첫걸음인 이유다."




* 사진 출처: http://utmbmontblanc.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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