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이적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실어 전해지는 ‘걱정말아요 그대’ 의 가사에서 문득 ‘선택’ 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지나간 것들의 의미. 물론 있다. 아니 아주 많다. 그런데 상당 부분이 미련과 아쉬움으로 먼저 다가오는 건 나만 그럴까? 모름지기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특히 한 번의 선택으로 그 사람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면 그 선택의 무게와 파장은 실로 어마 무시할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면서 놓이게 되는 선택의 순간은 무수히 많다. 크던 작던, 중요하던 소소하던, 우리는 언제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펼쳐놓는 결과를 비집고 살아간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세대불문이다.
집에 케이블을 연결한 게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다. 이전까지는 공중파 채널 몇 개가 전부이다 보니 재미난 프로그램을 연속해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케이블이 연결되고 난 이후에는 선택의 폭이 대폭 넓어졌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정말이지 눈알이 돌아갈 지경이다. 물론 재방, 삼방, … 끊임없이 우려먹기를 해대는 방송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멀티채널을 운영하는 케이블 방송국에서 컴퓨터그래픽팀 팀장으로 5년간 근무한 경험에서 비롯된……^^) 그럼에도 이 상황은 나에겐 신세계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램을 찾아 다니는 채널 서핑이 귀찮아 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권이 오히려 선택의 즐거움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되어 버린 느낌. 또한 케이블 연결 이후부터 나의 일과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코로나 파동으로 세계 증시의 유래 없는 대폭락이 발생했을 때 처음으로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주식 투자 관련 유튜브 동영상도 보고, 세미나에 발품도 팔고, 부지런히 관련 책도 뒤적이며 공부에 열을 올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나름 다양한 시도와 업앤다운을 거쳤다. 주가도, 내 감정도.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자리 걸음인 상황이 좀 허무 하긴 하다. 올인을 하기도 어렵고, 끊어 내기도 난감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지금의 내 모습이다. 최근까지 찾아 본 책도 온통 주식이나 투자 관련이고, 심지어 어쩌다 올리는 브런치 글마저 주린이로서의 첫 주식투자 경험이었다. 그마저도 작년 12월말에 올린 글이 마지막이다. 이런 저런 핑계와 이유로 글쓰기를 멈춘 게 어느새 반년이 훌쩍 흘렀다는 사실에 깜짝~! 했다.
'지나간 것들의 의미'가 새삼 와 닿은 것은 왠지 이건 아닌데 싶어서 였을까? 물론 '그 과정 속에서 배움이 적지 않았다'는 분명 충분한 변명과 위안이 된다. 허나 내가 나름의 가치를 두고 있는 삶의 방향과 선택에 대한 고민을 자주 끄집어 내게 되는 요즘이다.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일테지.
선택은 결단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네 인생 보따리를 풀어보면 끊임없는 선택과 결단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복잡 다단한 세상, 줄지어 늘어서 나의 결단을 기다리는 선택 거리는 언제나 고민투성이다. 너무 성급하게 움직여 실수를 하거나,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 또한 잘못된 선택이 된다.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내리려면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직관력, 판단력, 과감성, 냉철함, 분별력, 인내력, 예지력, 치밀함…… 그런데 이런 능력을 고루 갖춘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한,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제대로 된 결단력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신속, 정확하게 판단해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능력은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경쟁력이다. 결단력 지수가 높은 오행으로 금(金)과 화(火)가 있다. 철, 쇠, 바위 등과 같이 강하고 단단한 성질을 가진 금(金)은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다. 일의 시작과 마무리 역시 뛰어나며,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화(火)는 급한 성격만큼이나 결단 또한 신속하고 과감하다. 무엇보다 강력한 추진력이 의미를 창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끝까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 역시 의미심장하다.
지나간 것을 후회하고 싶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지. 자신의 선택과 결단을 끝까지 믿어 주는 것도 필요할 듯싶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나간 것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는 건 그 의미가 어제의 선택과 결단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선택과 결단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미래의 결과물로 만들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