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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Apr 12. 2023

늦둥이 아기가 된 아내

그저 기도 87 - 늘그막에 생긴 막내아기


생선은 가시를 발라내고 살만 숟가락에 올려 주었다

젓가락질을 못해서 김치도 작게 찢어 올려주고

혹시 흘릴 수도 있어 턱아래는 내프킨을 받쳐 준다

물도 컵에 알맞은 온도로 섞어 가까운 곳에 놓아 주었다


문득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네번째 아기가 생겼네?

위의 셋은 내가 키우지 않았는데…‘


아내는 그렇게 나에게 막내아기가 되어 보살핌을 받는다

그래도 전신 마비로 꼼짝도 못할 때 비교하면

로또 복권을 맞은 것보다 대박 행운을 받은 거 같다

그때 손이 가야했던 일에 비교하면… 서넛도 키울 수 있다


십수년을 이렇게 살다보니 돌보는 나도 적응이 되고

돌봄을 받으며 사는 아내도 적응이 되어 일상을 산다

얼마나 다행인가? 산후 후유증보다 백배는 무겁고 슬플

희귀난치병으로 많은 기능을 잃고 아기가 되어버린

아내가 미치지 않고 아직은 자주 웃는 상태로 살아가주니!

또 돌보며 내 개인 꿈과 계획을 다 접고서도 그런대로 산다

우울증 치료를 심하게는 두 번, 작은 건 수시로 버티느라

힘들고 고단하기는 하지만 죽지 않으니…되었다


다만 가끔은 궁금하다

하나님은 왜 나에게 이 늦은 나이에 늦둥이 자녀처럼

아내를 아기 수준으로 만들어 안겨주신걸까?

무엇을 배우고 무슨 댓가를 치르게 하시려는 계획일까?

아내는 덩달아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여러반 말할 정도로

극한 처지로 망가뜨려 살게 하시는 걸까?

나야 죄가 많은 거 인정하지만 아내는 내 기준으로는

안그렇게 살았고 좋은 아내, 좋은 엄마였는데…


누가 알까? 그 말이 없는 이유와 계획을…

부디 주어진 생명의 잔량을 무사히 마치고

직접 듣는 그 순간이 오기를 기대할뿐.

나의 소원과 기도는 오직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집 세명의 아기를 잘 키운 아내처럼

세상의 새생명들을 잘 양육해낸 많은 부모처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키는 하늘아버지처럼

좋은 부모 역할을 잘해내는 것!


(2023.4. 12. 맑은고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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