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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May 03. 2023

자화상- 내가 그린 육십은…

‘자화상 - 내가 되고 싶었던 육십은…’


잠이 깨어버렸다. 새벽 3시30분!

무엇을 할수없는 시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락거린다.

그러다가 한가지가 나를 점령해버렸다.

내 지금의 처지, 몰골이 딱하고 불쌍하다는 평가

내가 그림 그리고 되고 싶었던 육십은 이런 게 아니었다.

제법 든든한 소유도 말짱 꽝인 빈 손에

잘 만들어진 건강한 체력 외모도 영 아닌데다

스펙도 사회적 성공도 다 운명이 나를 버렸다치고

적어도 내면은 내가 만들 수 있는 대상이었다

잔잔하고 너그러운 성품

내어주고 나누는 인격

오랜 삶에서 나오는 유머

하늘 꽃 동물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그런 정도 멋은 가진 육십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의 육십은?

개뿔… 조급하고 비굴하고 마음조차 가난하니

서럽다 못해 딱하다

하기는 이게 처음 겪는 실망도 아니다

마흔때도 그랬고 서른때도 그랬다

내가 그리고 바라는 그 나이의 그림과는

많이도 모자라고 다른 3류 작품이었다

왜 그랬을까? 순전히 내 잘못이고 게으른 탓일까?

잘 안된 그림을 슬피 보다가

윤동주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다시 돌아와 내려다본 우물에 있는 사나이

그건 어떤 모습이든 내가 맞다

그리고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낸 생명이다

남이야 뭐라해도 하루하루 걷고 걸어서

도착한 귀한 성과다.

내게는 살과 피를 가진 하나뿐인 생명 작품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땀과 눈물로 이룬 그림이다

끌어 안고 등짝을 토닥여야할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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