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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Nov 18. 2023

비가 와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가 와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산 중턱에 있는

문화재단 마을을 걷기 위해 간 날

비는 내리고 진눈깨비로 바뀌고 있었다

손이 시려 처음으로 겨울이 눈앞에 왔음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실감할 수 있었다

분명 이전에는 마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웃고 뛰어 다녔을 골목을 요리조리 걸었다

대장간도 들르고 초가집에 기와집에

항아리 만드시느라 추운 바깥에 앉아 계신

옹기 장인 할아버지를 여러번 찍었다

아주 어릴 때 내가 살던  마을과 닮았을 집들과

마을 채우던 밥냄새와 인정도 모두가 사라졌다

새로 얹은 볏짚 초가집은 계속 바뀌겠지만

길은 예전 그 자리 그모양으로 남아있을거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길은 대부분 그랬다

사람이 평안히 잘 사는 방법도 길과 비슷하겠지?

길이 늘 그자리에 사라지지 않고 머물듯…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 비가 개이면서

멀리 산 위 골짜기에 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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