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죄일까? 무슨 재미로 사나?

by 희망으로 김재식

<누구의 죄일까? 무슨 재미로 사나?>

아내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었다.
긴 한숨을 두어번 쉬더니 답답하고 슬프다면서
“병원이 싫어... 재활치료도 싫고 약도 먹기싫고
이렇게 살다가 죽는것도 싫어!”

“.........”
나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딱히 할말이 없다.
“그럼, 지금 바로 퇴원해서 어디든 나갈까?”
“지금 당장 뭘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안다. 그 마음, 우울하고 눌리는 기분.
가슴 위에 안보이는 투명한 쇳덩어리 두어개 올린 것처럼
숨 쉬기가 불편해지는 순간이 몰려올 때의 괴로움을.
나도 5년마다 그 병에 두 번이나 걸려 석달씩 약 먹고 상담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뾰족한 길이 없는 아내에게
난 속으로 다시 우울증약을 처방해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다.

“있잖아, 나 전에 수도원 방문하러 유럽갈 때
고비사막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데 문득 한 생각이 들었어.
온통 돌과 드문 나무 한두그루뿐인 그 땅에 사람이 사는거야
만약 서로 바뀌어 내가 저기 태어났으면 내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마 하늘을 올려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평생 보기만 하겠지?
저기 태어난 사람은 반대로 이 비행기에서 내려다보고 있을거고”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부모와 환경과 처지는
개인의 능력이나 부지런함, 노력 어떤 것으로도 넘기 힘들게 한다.
오랜 시간을 거쳐 바꾸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주 극소수고.
같은 나라에서도 넉넉한 부모아래 태어난 사람과
가난하고 불행한 부모아래 태어난 자녀들은 엄청 다르다.
그 아이들 잘못도 무능력 때문도 아닌데.
생명과 탄생은 공평하지 못해...

결혼전 난 그 생각에 아이들보기가 미안할거 같아 결혼안하려 했다.
아내를 만나는 바람에 좋은 것만 보이고 기대만 생겨 무너졌지만.
우리 아이들이 결혼 안하고 살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도한다.
산다는 그 무거운 길을 본인의 선택도 없이 들여놓게 한다는 부담에.

나는 타고난 감성은 불교 성향이 아주 강하다.
삶은 고통의 시작이고 최대한 허무와 염세로 가라앉히는게 상책이며
삶에 애착이 없을수록 짐을 벗어나는 해탈일거라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독교를 만나 관계의 삶, 함께 만드는 세상의
가치관을 인정하게 되었다.
기도도 찬양도 나눔도, 결혼과 가정, 다음 세상의 소망도 모두 그렇다.
누구가있어야만 가능하고 의미가 있으며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기준이.

아픈 아내와 속수무책인 남편인 내게 이런 우울한 시간이 올때면 힘들다.
그만둘 수도, 피할수도 없는 날들을 살아가야하는 이 처지가 밉다.
생일, 그것도 아주 중요한 해라고 아내가 선물로 준 하루.
나 혼자 그 하루를 휴가처럼 받아 2년만에 가고싶은 곳을 다녀 왔더니
아내가 마음의 병이 나서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너무 비싼 대가를 치러야하게 생겼다.
어쩌라고...

누구의 죄일까? 내가 태어난 것은,
무슨 재미로 살까? 이 남은 날들은...

(문득 사람이 마른 땅에 핀 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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