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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an 07. 2020

나는 하나님의 실패작이었다. 그러나...

(이미지는 샤갈의 그림 - 그림 우편에는 방주에서 여덟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듯 서로 부둥켜 안고 방주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훗날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받을 수많은 사람들을 미리 보여주는  하다.)

아침운동을 위해 병원문을 나섰는데... 길이 미끄럼판이다. 날씨가 추워서 내리던 비가 싸락눈과 우박의 중간쯤으로 변했다. 평소 반짝거리는 인조대리석 보도블럭부분은  뿌려진 빙판처럼 미끄러웠다.  한쪽 구석으로 표면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오래된 벽돌 보도블럭은 대리석 보도블럭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어느 길을 선택할해야할까? 깨끗하지만 위험한 대리석 보도블록길과 더럽지만 조금은 안전한 벽돌 보도블록 길중에서. 그런데 고민하는 중에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먼저 결정을 내렸다. 어느새  발은 더럽고  미끄러운 벽돌보도블록만 골라 밟으며 조심조심 가고 있었다.

나의 총각시절은  매끄럽고 반짝이는 인조대리석 칼라보도블록 같은 길을 가고 싶었다. 신앙을 가졌으니 적당한 명분과 고상한 외면도 채워가면서 스스로도 만족할 그림을 그렸다. 그속에는 구차하거나 비루하거나 남의 도움이나 받아야 생존을 유지하는  따위 계획은 없었다. 그건 오욕이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작정한다고 인생이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전혀 예상도 없고 바라지 않던 상태. 바로 쓸모없고, 성공이 아닌 비루하고 구차한 생존밖에 안남은 인생길로 처박히느것이었다. 가족 한사람이 건강을 잃었다는 딱한가지변화만으로...

하지만   동안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가 아프기전부터도 취약투성이에 실패할 불안한 약점들이 무지 많았다는걸 인정하게 되었다. 낮은 학력에 빽도 없고 학연 지연도 없었다. 사업실패로 무일푼  부모를  떨거지였다. 그런 이유 백가지보다  절망적인건 누구와 쉽게 어울리지도 못하고 남을 나보다 좋게 여기지 못하는 오만한 자존심들이었다. 차가운 성품, 냉소적 대인태도 .

그랬다. 나는 하나님의 실패작이었다. 어느  성경을 보다가 가슴 섬뜩한 메시지를 느꼈다. 마치 내게 보내온 사형선고장을 보게된 충격같은 심정. 그건 창세기 6장의 구절이었다.  노아 이야기를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어른들과도 나누면서도 별로 나와는 상관없는 와닿지 않던 구절이었는데 갑자기 생생하게 들렸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악이 세상에 가득한 것과  마음에 품는 생각이 항상 악하기만  것을 보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땅에 사람을 만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으로 아파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창조한 사람을  위에서 쓸어 버릴 것이다. 사람으로부터 짐승과 기는 것들과 공중의 새들까지  그렇게 하겠다. 이는 내가 그들을 만든 것을 후회하기 때문이다.” - 우리말성경 창세기 65~7]

하나님이 후회를 하신다고? 나를 만든 것을? 생각이 항상 악하기 때문에?...’ 당시 시대의 악한 사람들에게  남의 이야기로만  흘려듣다가 그날은 내게로 날아온 비수가 되었다. ‘나는 실패작이었어, 하나님이 버리기로 결심한 졸작...’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교수는 최근 중국정부로부터 실형을 받았다. 그는 2018 11 후천성면역결핑증(AIDS)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해에 과학지 네이처에 2018 10대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태아의 유전자에서 유전자편집가위를 사용해 에이즈 걸릴 ccr5라는 유전자를 잘라내  쌍둥이를 태어나게 했다. 중국과 세계에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그는 2019 1 남방대학에서 해임되고 최고 사형까지 받을 위험에 처했다.

각종 기능과 능력을 가진 맞춤형 아기로 원하는 인간을 만드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게 보이는  과학은 질병예방과 윤리파괴라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온다. 강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만 계속 남기고 약한 유전자는 제거해버리는 실험들이 인류역사에 계속 시도되었다. 히틀러와 일본 731부대  드러나는 경우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아마도 여러 선한 명분과 동시에 어두운 무서운 욕망의 의도를 가진 집단들이 앞으로도 그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인간들의 질병을 고치고 고장난 장기나 신체 부분을 대체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복제인간들은 절대 행복을 추구하거나 자유를 꿈꾸어서는 안되는 규제가 적용되었다. 단지 소모품으로 설계되고 사용후 버려졌다.

 다른 영화 ‘가타카에서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모든 직업과 적임자를 선택하는 우생학이 지배했다. 조작을 하지 않는 순수한 자연임신으로 태어나면 대부분 취약한 평가를 받을수밖에 없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그의 동생 안톤은 우수하고 출세를 하지만 끝에 가서는 오히려 한계에 부딪혀 유전자 부족의 형에게 도움을 받아 살아난다. 끝없는 꿈과 노력과 제한없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성이 과학과 논리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결론.

바이센테니얼 에서는 영생이 가능한 인조인간 앤드류(로빈윌리엄스 주연) 한발  나가 사랑하는 인간인 아내와 같이 죽기로 결정했다. 그가 남기는 말은 이렇다.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과 바꾸고 지키고 얻으려한 소중한 , 그건 자유지요!”

나는 틀림없는 하나님의 실패작이다. 후회하고 미움을 받는 하나님의 창조물. 그러나 조금 마음이 놓인 것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남겨진 노아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노아와  자식들 외에는 전부 쓸어버린  인류는 모두 노아의 후손일 수밖에 없다. 물론  뒤에도 하나님의 한탄과 속상함은 역사내내 계속 되었다. 오죽하면 하나뿐인 예수를 다시 세상에 내려보내 죽게하는 화해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럼에도 감사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보답의 의무도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심지어 탈선을 선택하는) 자유의지가 있는 피조물로 만드신 하나님이 고맙다. 인조인간도 스스로 영생을 버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죽기로 결심하는데 인간이 그보다야 고귀해야지 않을까? 그래야  폼이 나지 않을까? 우리를 그렇게 값진 존재로 만들어주신 하나님의 대범함과 너그러움이 많이 고맙다. 누구의 대체품, 무엇을 위한 소모품이 아닌 완전한 독립생명의 가치를 주셨으니까!

성경에서도 그랬다. 건축가에게는 도무지 쓸모없는 못난 , 네모나지도 동그랗지도 못한 삐뚤 돌이 건축물의 머릿돌이 되리라는 선언을 하셨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성전이고  머릿돌이 되는 생명들이다. 투박하고 더럽게 보이는 벽돌 보도블록같지만 생명에 유익이 되는 용도로 보면 결코 반짝이고 비싼 대리석에 부끄럽지 않은 존재다.

기독교에서는 독수리를 값진 상징으로 사용한다. 독수리가 날개치며 오르는 것을 성령충만한 상태로 보거나 힘차게 사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보기도 하고.  독수리가 새끼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을 보면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가 쉴새없이 풍파와 고난을 겪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독수리는 험한  바위 중턱에 둥우리를 짓고 새끼를 낳는다. 어미 독수리는  둥지에다 독한 쑥이나 돌맹이 가시덤불 같은 날카로운 것들을 깔고  위에 양털이나 동물의 가죽으로 덮어 놓는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랐을  어미 독수리는 둥지를 마구 흔들어 버린다. 그러면 둥지 밑에 있던 뾰족한 돌맹이며 가시덤불이 양털위로 드러나 새끼 독수리는 뾰족한 것들에 자꾸 찔리고 상처를 입게 되어 부득이 둥지 밖으로 나아가 비로소 비행 연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앎이로다’ ( 5:3,4)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고후1:4)]


* 이미지는 영화 ‘아일랜드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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