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꺼병이’ 같다
엄마는 매일 밤 잠들기 전 겨드랑이에 솟은 몽우리를 마사지했다.
“엄마, 그거 검사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별거 아니야. 어깨 아픈 게 겨드랑이로 내려와서 그런 거야. 마사지하면 풀려.”
어느 날 목욕탕에서 심상치 않은 징조를 발견했다. 엄마 왼쪽 가슴 한편이 움푹 파여 있었던 것이다. 만져보니 딱딱했다. 예사롭지 않았다.
“엄마, 이거 언제부터 이랬어? 병원에 가서 유방암 검사받아봐야 할 거 같은데?”
“아니야. 아프지도 않은데 뭘.”
엄마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나도 그냥 넘겨 버렸다. 아니 사실 무서웠다. 정말 유방암일 까 봐. 그로부터 반년쯤 지나 내 생일날 감기인 줄 알고 찾은 병원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가정의학과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엄마로부터 가슴이 찌릿찌릿하다는 말을 들은 동생의 여자 친구는 엄마와 함께 병원에 동행해 의사에게 이를 전했고 의사는 육안으로만 보고도 암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과 연결시켜주었다. 엄마의 유방암은 1기를 넘어 2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매일 밤 겨드랑이 몽우리를 만지던 엄마를, 목욕탕에서 발견한 유방암의 징조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어쩌면 항암치료는 받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 앞에 한없이 자책하게 된다.
가족력이 생겨버린 나는 누구보다 검진을 챙겨야 한다는 당부를 자주 듣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두려워서다. 정말 큰 병에라도 걸렸을 까 봐. 참으로 ‘꺼병이’ 같다. 머리만 땅에 쳐 박으면 천적이 찾지 못할 거라 믿는 ‘꺼병이’.
최근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한 페친은 ‘차라리 검진을 받지 말걸’ 후회했다고 한다. 그냥 모르고 살다가 조용히 갔으면 좋았을 걸 하고. 전이까지 된 간암을 이겨냈는데 또다시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는 또 다른 페친은 다시 찾아온 병마를 받아들이고 치료에 전념하겠다는 인사를 남겼다.
주변에서 발병 소식이 들려오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른 척 지내다가 그렇게 조용히 가는 게 좋을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좋을까. 두렵다는 이유로 엄마를 방치한 것처럼 나 또한 방치할 것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