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뭘 하고 싶은 걸까’
어려운 시간 함께한 후배가 회사를 떠났다.
발전하고 싶었던 후배에게 회사는 답답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우물 같은 곳이었으리라.
후배가 느낀 갈증을 나 또한 이해하기에 차라리 회사를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더 이상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바뀌지 않을 거야. 이곳이 싫다면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이 말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눈치 빠른 후배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워낙 눈치도 빠르고 손도 빠르고 일도 잘하는 후배여서 어딜 가도 인정받을 거라 생각했다.
후배는 떠났고 나는 남았다.
후배가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서도 마음 한편엔 ‘어딜 가도 똑같을 거야’, ‘이곳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고’, ‘혹시 네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라는 생각이 자리했다. 눈치 빠른 후배는 나의 이런 생각을 눈치챘는지 어느 순간부터 나와의 술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답답했겠지. 출구도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들..
후배의 발전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마음보다는 ‘어딜 가도 똑같을 것’이라는 내 말이 맞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배가 실패해야 하는 데 나는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내 실패가 두려워, 후배의 실패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후배는 몇 번의 이직을 거쳐 더 나은 회사로, 위치로, 인정받으며 올라갔다.
난 실패한 걸까?
후배가 떠나고 나서야 내가 서 있는 이곳의 상황을 한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정체된, 아니 어쩌면 후퇴하고 있는, 실체 없는 희망만이 떠다니는 이곳.
‘나는 이곳에 왜 남아있는 걸까’, ‘나는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자문하던 순간 후배에게 건넨 그 말이 비수처럼 다시 내게 돌아왔다.
“회사가 더 이상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바뀌지 않을 거야. 이곳이 싫다면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남든지 떠나든지 둘 중 하나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면서도 참 많이 두렵다. 적지 않은 나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6년의 시간 동안 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온 건지, 발전을 하긴 한 건지...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브런치를 개설한 지 오래되었지만 글을 쓰지 않았다. 좋은 글을 쓰지 못할까 봐..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 글쓰기는 어려워’ 하며 포기했었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내는 글들을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위로받았다. 나도 솔직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조금씩 솔직하게 풀어내다 보면 정말 내가 뭘 원하는지 그 실마리에 가 닿지 않을까. 그게 요즘 내가 갖는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