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이쪽 방으로 오시죠?”
본사 사무실에 이런 밀실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휴대폰 가지고 오셨나요?”
“네...”
“주시죠”
“네?”
“달라고...”
말이 점점 짧아졌다.
휴대폰은 받은 사람은 내 휴대폰에 배터리를 분리하고 책상 끝에 밀어 넣었다
그리곤 하얀 A4 종이 한 장과 모나미 볼펜 한 자루를 주고 나에게 이런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잘못한 거 써..”
“네?”
“여기 감사과야. 당신들 같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자들 잡아들이는 감사과라고”
“그런데요?”
“뭘 잘못했는지 몰라? 니 머릿속에 있는 그걸 쓰라고?”
과거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니 본능적으로 억지로 기억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혹시 회사 컴퓨터에서 주식 한 걸 알았나? 아니면 내가 요즘 인터넷을 한 시간이 너무 길었나? 지각한 적이 있었나? 뭐지...
온갖 생각에 머리를 쥐어짜서 A4용지에 한 줄을 채웠다.
- 업무 시간에 주식 한 점. 죄송합니다.
그걸 본 감사 과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종이를 찢어 버리고 다시 새로운 A4 용지를 줬다.
똑같은 말은 반복한다.
“뭘 잘못했는지 써.”
마치 내가 큰 잘못을 한 게 분명히 있고 난 그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
“얘기를 해주세요. 뭘 잘못했는지.. 저두 너무나 궁금해요... 얘길 해주시면 되잖아요 이걸 도대체 몇 시간째 반복하시는 거예요?”
“업체에서 신고가 들어왔어. 업체 사람에게 접대받았다는 신고다.”
“엥? 저 술 안 먹는데요.. 그리고 웬 접대? 잘못 아신 것 같아요? 오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나의 해명에 들려온 대답은 이 회사를 들어온 나를 두 번째로 후회하게 만든 사건이고 인생에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할 말을 듣게 되는 순간이다.
“너 같은 새끼들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원래 다 안 처먹었다고 해.. 미리 말해. 언제 누구랑 어떻게 먹었는지!!”
“너 이 새끼 니 이력에 빨간 줄 가고 싶어?”
“이 바닥에서 소문 하나 내면 넌 어디도 취업이 안돼? 빨리 안 불어?”
눈물이 났다.
쉬지 않고 몸 바쳐서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돌아오는 건 그토록 바라던 후임이 아니라 이런 욕설과 모역이라는 걸...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뛰쳐나가는 순간에
그걸 보고 도망치는 줄 알고 감사과 직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화장실로 따라 들어왔다.
억울했다.
분했다.
세상이란 이런 곳이었는데 내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가.
지들이 검찰도 아니고 하루 종일 방에 구금을 시키고 이렇게 취조하는 게 법으로 문제없나?
머릿속에 온통 분노와 억울함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분이 마음을 정리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없습니다.”
“어디서 누구랑 어떻게 먹었는지 써”
“없습니다”
“증거가 있는데 발뺌할 거야?”
“보여주세요”
“OO 주점에서 몇 월 며칠에 OO과장 알지? 술 먹었어 안 먹었어?”
“이 시간에 출문 기록과 일치하는데 술 먹은 거 맞잖아... 우리 시간 끌지 말고 인정하자”
“없습니다”
그렇게 A4용지에 잘못한 걸 쓰라고 주면 “없음”이라고 제출하고
그걸 받은 담담 과장이 무심하게 찢어 버리고 새 A4 용지를 주고 이걸 계속 반복을 하였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일방적인 오해와 그걸 해명하려는 자의 사투가 아침부터 시작을 해서 저녁이 다해갔다.
시계도 창문도 없기에 정확히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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