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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날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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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Mar 30. 2016

감사과

후반전

갑가지 전화가 안되고 아침에 출근한 녀석이 안보이니 부서 내에서도 하루 종일 이리저리 찾아다녔으리라 생각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끌려간 사람이 나 말고 여러 고참 과장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없어진 게 아마

감사과에 끌려간 걸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지리한 사투가 계속되고 언성이 점점 수위를 높아갈 시점에 내가 제안을 했다.


“도청을 하시죠..”


“뭐?”


“술 마셨다는 OO과장 협력사 직원에게 제가 전화를 해서. 그때 술 마셨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 기억이 가물해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라고 전화를 하겠습니다.”

만약, 무슨 소리세요? 기억에 없는데요 라고 하면 제 무죄를 인정해주시고 기억난다고 하면 저도 인정을 하겠습니다”


나의 제안이 싫지 않았던지 잠깐 회의 좀 해보겠다고 다들 방에서 나가버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나를 또 다른 밀실로 데리고 갔다.

보드 판에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다른 소리 하지 말고, 전화해서 보드 판에 적혀 있는 데로만 말해?”


막상 제안을 했지만 OO과장이 기억난다고 이상한 소리를 하면 어쩌나 온몸이 긴장이 되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안녕하세요 저 OOO입니다. 과장님. 뭐 좀 정리하다가 기억에 안 나서요

지난번 술 마셨던 거 기억나세요? 그때 우리 어디서 먹었었죠?”


돌아온 대답은 내 몸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에 골을 넣는 것보다 더 짜릿한....


“네? 무슨 술이요? 기억 안 나는데요?”


"아.. 아닌가... 제가 나중에 전화드릴게요...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감사과 직원을 쳐다봤다.

화낼 기운도 항변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은 원망의 눈초리로


“분명히 들으셨죠? 오해 맞으시죠?”


“아.. 이상하네... 미안하게 됐네.. 들어가 봐” 어깨를 그저 툭툭 쳐주면서


하루 종일 시달린 마지막 감사과가 나에게 준 답변이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감사가 진행되기 전에 협력 업체에 영수증을 수거해 간 적이 있고 협력업체에서는 밥값 술값 처리 시 담당 실무자 직원이 누구였는지 절차상 적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영수증만 보고 판단한 감사과에서 모든 밥값과 술값에 내 이름이 거론되어 접대를 받은 걸로 오인해서 감사가 들어온 게 된 연유였다.


밀실을 나오니 밖은 어둑어둑 해져 있었다.


후반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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