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너무 그립게 만드는 무의식을 경험한다.
전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던 것들의 끄트머리에서 시작된 생각은
그와 만들었던 세상을 다시 내 마음속에서 끄집어내어
온몸과 마음속에서 활개 치게 만든다.
그 생각은 그와 사랑을 싹틔웠던 따뜻한 벽난로에 언저리에 내려앉고,
발가락을 간질이던 햇빛을 타고
푸르던 하늘이 자줏빛이 될 때까지 거닐었던 시간을 펼쳐낸다.
그저 그렇던 순간조차 환희와 아름다움으로 눈부시게 만들던
그와의 기억은 헤어짐으로 봉인되어 나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가
나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번호에 불쑥 튀어나오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내 안의 흔적을 용케도 찾아낸다.
지우개로 지운 하얀 종이 위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꾹꾹 눌러쓴 연필 자국처럼
처음과 끝이 흐릿한 기억 너머의 너를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시의 흔적인 듯, 이야기의 자취인 듯 아련하다.
헤어짐의 순간이 지나야 다시 떠오르는 것들을 추억하며
커피 향기에 문득 지나온 '호주'가 깨어난다.
아메리카노 향기보다 묵직하고 잔잔했던 '롱 블랙'을 그리고
소소하지만 진실했던 1년의 시간을 훑는다.
흠뻑 들이마신 커피 향과 따끈한 한 모금이 내 안에 스며들고 잠시 후 사라질 무렵
헤어짐 속에 잠시 멀어졌다가 살짝 다가 온 호주에서의 삶은
또 한 걸음 멀어지며 헤어짐 속으로 흩어진다.
헤어짐이지만 따뜻해서.....
헤어짐으로 추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