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 나의 움직임의 궤적

by 김필필

수레바퀴가 움직이면서 자국을 남기 듯, 물체는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자취나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움직임의 이유와 그 이유의 결과로 만들어진 흔적은 매우 간단한 물리적 법칙이지만, 그 궤적을 온몸으로 느끼기엔 상당한 고통이 따르더라. 근사하게 새벽 공기를 가르고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조깅을 하는 아름다운 나의 모습 따위는 이미 시작과 함께 산산이 흩어지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1분, 1초의 처절한 몸부림만이 나를 이끌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고 어플의 힘을 빌어 1분 달리기를 겨우 마친 날..... 출근조차 버겁게 힘겹던 저질 체력은 다음날 덮쳐온 근육통에 무너졌다.

달리기를 위한 육체의 움직임의 자취를 따라 궤적을 그리 듯 근육통이 찾아왔다. 달리기라 명명된 움직임의 주체인 두 다리는 땅을 내디뎠던 발가락과 발바닥에서부터 종아리의 근섬유 하나하나를 지나 허벅지를 태우는 고통으로 그 위상을 높였다. 일상생활에서는 그저 아주 짧은 장소를 이동하기 위한 적절한 이동수단으로써의 다리로만 존재하던 그들이 발가락과 발등, 발바닥과 발목으로 세분화되고 종아리라 뭉뚱그려 지칭된 것들조차 백분위로 나뉘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허벅지는 또 어떤가.... 우리 몸의 가장 큰 근육덩어리로서 그 활약상도 대단했던지, 돌덩이보다 무거워진 앞 허벅지는 들어 올리기조차 버거웠고, 뒤쪽의 근육은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자꾸만 당겨지는 듯했다.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는 엉덩이는 묵직한 의자를 달고 다니는 것마냥 무겁디 무거웠다. 그래.... 힙업은 되겠지라는 위안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겨보지만, 10년은 늙어버린 더딘 육체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마음조차 바람에 날리듯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달리기는 하체가 하는 것 아닌가..라는 용감하고 무식한 발언이 무색하게 얼얼한 단전과 아랫배를 통과하는 찌릿한 통증은 갈비뼈 부근에 이르러 혹시 골절이 아닌가 의심할 만큼의 괴로움으로 진화했다. 몸통은 둥글더라. 갈비뼈와 등뼈가 연결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 채워진 자잘한 근육들도 나름대로 고생을 했는지 연신 욱신거렸다. 어찌나 힘을 주어 어깨를 움직이고 팔을 휘둘렀는지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단 하루의 달리기로 어색한 몸놀림과 달리기의 궤적에 따른 근육통을 얻었도다. 달리기 이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긴 했지만, 워낙 움직이지 않던 근육들을 갑자기 움직였던지 달리기를 시작한 날 이후 근육통은 떠나가질 않았다. 약간의 자세 차이에 따라 부위를 달리하며 근육통의 경중만 달라질 뿐 언뜻, 통증은 늘 함께 했던 고통인 양 며칠을 함께하며 언제부턴가 나의 피와 살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일주일 동안 1분 달리기와 2분 걷기의 패턴이 계속되었다. 새벽을 여는 공기와 함께 움직임의 궤적을 덕지덕지 짊어진 늘어진 몸뚱이를 열심히 움직였다. 1분 달리기의 마지막 날..... 아릿하던 엉덩이의 움직임이 사뭇 가벼웠다. 스트레칭을 잘해준 덕분이리라. 어라? 종아리의 통증조차 무거움과 탄탄함의 경계에서 머뭇거리는 듯했다. 허벅지를 움직이기는 여전히 힘겨웠지만 갈비뼈는 골절이 아닌 게 분명한 듯했다. 어느샌가 움직임의 궤적이 그리 고통스럽지만은 않았다. 고통이라기보다는 존재감이랄까? 나의 온몸이... 팔, 다리와 갈비뼈 사이사이 골반과 쇄골조차 나 여기 있다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늘 옆에 있어 그 존재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공기와 하늘과 계절과 자연, 늘 함께 있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그들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게 되고 받는 것이 당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들의 궤적을 따라가 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봤다. 물체의 물리적인 움직임이 궤적이지만, 마음에 궤적이 있다면 그 궤적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당연하게 마시던 소중한 공기와 온화한 자연은 천재지변이나 극단의 상황이 와서야 그 존재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 불편한 궤적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어쩌면 늘 함께여서 더욱 희미한 존재감을 가진 가족과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해와 갈등의 불씨를 통해서 그들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게 된다. 어떻게 갈등이 생기고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나의 마음과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여보고 보듬어 보게 된다.

허약한 몸뚱이를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평상시의 궤적에서 벗어나 보고 움직여 보면서 하나하나 느껴보고 생각해보고 경험해 보는 것처럼... 근육통이라는 움직임의 궤적이 나의 몸의 존재감을 일깨우 듯, 관계에서도 평소와는 다른 사건과 상황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되짚어보고 더듬어보는 것이 아닐까. 온몸을 불사르던 근육통이 피와 살 사이를 파고들어 세포 하나하나에 정착되고 더디지만 조금씩 건강한 몸으로 성장시키 듯, 깨어질 듯 불안한 마음의 궤적을 따라 상대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한다면 한 겹 더 단단한 관계가 될 것이다.

1분의 달리기가 가져온 근육통이 1분 30초의 달리기를 위한 기반이 되고 디딤돌이 되듯이 인생에서 또는 관계에서 오는 고통과 불편함과 어색함이 의미 없는 감정들이 아닐 것이기에 주변을 둘러보고 몸의 궤적과 마음의 궤적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기울여 보길...... 그 짧은 운동으로도 무너져 내리는 허약한 몸뚱이를 저주하며 절뚝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좀 살만하다고 관계며 마음이며 인생에 주어진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달리기를 빗대어 생각해 본다.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고, 두렵고, 망가지기 싫고, 하던 대로 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고, 하지만 또 보는 눈이 있고, 욕심도 나고, 나름 해 보고도 싶고, 말도 안 되는 것도 알고, 하지만 얼추 말이 되는 것도 같고,,,,,, 복잡하고 섬세하고 세밀한 것이.... 여러 모로 닮았다.

무튼 드디어 근육통도 가지고 달리는 여유가 생겼고 몇 분은 거뜬히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천천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또 언제 심각한 몸이든 마음이든 궤적의 흔들림을 경험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자신감과 여유로 무장한 모닝러너의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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