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 리야드로 떠난 취업방랑기이자, "썸" 타는 이야기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
이스탄불에서 터키 항공을 타고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으로 넘어왔다. 공항에 내릴 때까지는 우리 둘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아키코는 직장인이 무슨 돈을 모아서 이렇게 놀러 다니겠냐며 부모 잘 만난 복도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부잣집 셋째 딸이란다. 아들 하나 볼 거라고 자기까지 낳았는데 딸이 태어나서 부모님이 실망했단다.
반전은 여기서 부터다. 아키코 부모님은 재산 물려 줄 아들도 없는데 돈은 모아서 뭐해, 하며 그녀가 어릴 때부터 줄곧 해외가족여행을 다녔단다.
나는 ‘이유가 중요하니, 결론이 중요한 거지.’ 하며 세계 어디를 가나 딸자식 천대받는 건 다 마찬가진데 떡 고물이라도 많이 나왔으면 된 거야, 했다. 나는 내 생활비나 보태는 평민의 자식도 아니고, 부모 생활비도 보태야 되는 천민의 자식이다 보니 급 부러웠다.
“아키코, 이번 여행에 니가 밥도 한 끼 더 사고 그래라.”
이렇게 둘이 알콩달콩 하며 왔다.
입국심사 전에 30일 비자 발급을 받으러 이집트 중앙은행에 들렸다. 아키코는 자기가 한 번 와봐서 잘 안다며 어디나 환전금액은 똑 같다고 은행에 들린 참에 환전까지 했다. 조금 시간이 지체됐다. 여권에 비자인지를 붙이고 심사관 도장까지 꽝, 찍고 나왔다. 짐을 찾으러 수화물 나오는 곳으로 갔는데 달랑 우리 둘 밖에 없었다. 내 짐은 수화물 코너에서 빙빙 돌고 있는데, 아키코 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캐리어는 일본 Time Walker 브랜드의 엔티크한 천연가죽 제품이다. 핑크빛 신상이라 누가 봐도 갖고픈 캐리어다.
우리 둘은 동시에 “thief(도둑)” 했다.
아키코는 항공사 직원을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나는 아키코를 겨우 진정시키고 분실신고서를 작성하고는 공항을 나왔다. 택시를 잡아 카이로까지 얼마에 가기로 흥정을 했다. 그런데 카이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꽉 막혔다. 앞에서 사고가 난 모양이다. 처음에는 택시기사가 영화 25시에 나오는 안소니 퀸처럼 생겨서, 점잖게 보였는데 갑자기 말을 바꿨다. 이제부터는 미터기로 갈아탄다고 했다. 미터기가 올라간 만큼 요금을 내란다. 아키코가 그만 폭발했다. 영어도 아니고 일본말로 뭐시코, 뭐시코 하며 시불코 하는데 일본말에 저런 욕이 있나 싶었다.
택시기사는 흥정한 돈을 다 내고 내리라며 내 손가방을 꼭 잡고 있었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했다. 그는 택시를 휑, 유턴해서 공항으로 돌아가 버렸다.
우리 둘은 도로변에 서서 나는 ‘신발끈, 신발끈’ 하고, 아키코는 ‘빠가야로, 빠가야로’ 하며 허공에다 삿대질을 해댔다.
그런데 아키코가 “Wait a minute”, 하더니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졌다.
“여권이 없어! 앙~”
그만 아키코가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음을 터뜨렸다.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하다 여권을 두고 내렸나 보다. 나는 저절로 하늘을 우러러 봤다.
‘오 마이 갓, 이 덜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