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밀양 신영복 선생 묘소에 다녀왔다. 선생의 묘소는 밀양시 무안면 중산리 산 속에 있다. 꽤 높은 지대에 있는 대법사까지는 차가 올라가지만, 거기서 1km 정도 산길을 더 걸어가야 한다.
밀양은 신영복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고, 조부의 묘역도 있다.
선생이 죽어서도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길 원하셨다면 변방의 이 깊은 산속보다 수도권의 마석모란공원이나 광주 망월동에 묻히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은 굳이 변방의 산속에 평장으로 묻히셨다. 평소 ‘변방’을 강조하셨던 선생님 답다. 그래서인지 생전 선생은 흔쾌히 경남도민일보 사시(社是) ‘약한자의 힘’을 써주셨다.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된다. 인류 문명의 중심은 항상 변방으로 이동해왔다."(신영복 <담론> 중)
묘소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보일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선생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조약돌 박석을 놓고, 벤치와 안내 팻말도 설치한 덕에 덜 외로워 보였다.
차가 없는 나로서는 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참배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 인도해주신 분의 뒷모습도 함께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