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인잡 출연진들이 말하는 '일기 쓰기'의 의미
'알쓸인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나 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는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채경이라는 분이 한 말인데, 나중에야 이분이 천문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일기쓰기가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인데, 공감한다. 알쓸인잡 출연자들의 워딩을 정리해봤다.
"저한테는 글쓰는 거에 대해 많이 물어보세요. 저는 이공계 출신인데 책을 냈으니까... '우리 애가 과학과 수학만 좋아해서 탈이다. 글쓰기를 어떻게 연습시키면 되느냐?' 물어요. 그럴 때 '특별히 뭘 한 건 아니지만 일기를 많이 썼어요. 어릴 때'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러면 일기를 쓰라고 하면 될까요?' 이렇게 여쭤보시는 거예요. 제가 항상 똑 같은 대답을 하는데요. 일기가 생존에 도움이 돼요. 저는 청소년들이 겪는 중2병이 오기 시작했을 때 내가 너무 기분 나쁘고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을 일기에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당시 제 청소년기에 썼던 일기들은 거의 데스노트 수준.(웃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렇게 막. 그렇게 공개되어 있는 일기 말고 자기만 보는 다른 종류의 일기가 있어야 했던 것 같고, 그게 실제로 제가 굉장히 어린 시절의 어려운 일들을 겪을 때 되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심채경)
"그렇게 무언가가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한다는 거거든요. 희망이 없이는 일기를 쓰지 않아요. 단지 방향을 못 잡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일기에 쓰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나에 대한 역사의 기록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애정이고 나에 대한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죠."(장항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것 같아요. 왜냐면 힘들고 우울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만약에 일기는 쓰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내가 아직도 미래를 생각하고 있구나. 일기에는 '나는 미래는 없어.' '나는 끝났어.' 이렇게 쓰고 있더라도, 쓰고 있다는 것은 자기가 미래에 있을 나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죠."(김영하)
"이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해요. 글을 쓰게 되면 자기가 굉장히 객관화돼요. 사실 내 이야기지만 3자 같이 보이기도 해요. 때로는. 어떤 일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할 때도 글로 쓰는 게 굉장히 도움이 돼요."(김상욱)
"감정은 동물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실 감정은 언어 이전의 상태거든요. 언어화돼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이것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 왜 그렇게 돼냐면 문법이 있어야 해요. 문법은 로고스의 세계, 논리의 세계거든요. 아무리 격렬한 감정도 쓰는 동안에 문법을 지켜서 쓰다 보면 정제하게 되죠."(김영하)
*관련 링크 : https://youtu.be/d_mYC1u21co?si=gedNP7Yn-wq2Hg0b&t=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