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자를 3.15의거와 연결하려다 보니 황당한 작품설명이...
"실현 불가능한 동반을 상상하는 즐거움..."이라고??
"실현 불가능한 동반을 상상하는 즐거움."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실현 불가능한 동반'까지는 뭐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상상하는 즐거움'이라고?
게다가 그 즐거움을 뜻하는 게 '2인용 전기의자'라니. 그 전기의자를 통해 "3,15의거에서 의롭게 희생한 숭고한 정신이 마산시민에게 길이 기억 동반되고 있다"니 아무리 좋게 해석해보려 해도 연결이 안 된다.
굳이 해석해보자면, (1) 전기의자를 보면서 실현 불가능한 동반을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2) 이를 통해 3.15의거에서 희생된 숭고한(?) 정신이 마산시민에게 길이 동반되고 있다는 건데...
전기의자는 사실 고문도구이기 보다는 미국의 사형도구다. 얼핏 보면 3.15의거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동반이 불가능하고, 이 사형도구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심하게 말하자면 '또다시 3.15 당시처럼 정권에 반항하는 사람들은 전기의자에 앉혀 콱 죽여버릴테니 명심하라'는 역설적 경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심지어 작품 제목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인데, 이는 '우쭐하지 말고 너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물론 조각가가 설마 그런 뜻으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겠지만, 워낙 말이 안 되는 작품설명이다 보니 별의별 해석이 다 나온다.
이런 말장난 같은 작품설명이 나오지 않으려면 미술작가들도 국어 공부 좀 해야겠다. 아무 단어나 끌어다 붙인다고 다 말이 되진 않는다.
추신 : 검색해보니 조각가 박원주의 대표작품 중 2004년에 발표한 '고독 공포를 완화하는 의자'라는 게 있다. A4용지로 과거 사형 도구로 쓰이던 전기의자 2개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는데, '인간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을 극단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마산조각공원에 스테인레스 스틸로 설치된 이 전기의자 조각품도 그 작품을 그대로 응용한 듯하다. 그런데 설치하는 곳이 마산이다 보니 무리하게 마산3.15의거와 연결시키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작품설명이 나온 것 같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짐작이다.
#마산조각공원 #메멘토모리 #박원주조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