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스님들의 HIP한 출가 생활! - '우리들의 힙한 출가' 다큐
총각시절 문화부기자를 할 때,
백양사 방장이셨던 서옹스님 인터뷰를 간 적 있었다.
제법 높은 암자에 계셨는데, 거기 올라서서 내려다본 풍경이 무척 멋졌다. 같이 갔던 선배기자와 대화중에 '고등학교때 절에 다닌 적 있고, 그때 중이 될 뻔한 이력이 있다. 지금 이 풍광을 보니 머리 깎으면 어떨까 생각도 든다'는 언급을 했었다.
서옹스님은 연세가 많았지만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답변을 주셨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셨다.
인터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
그 선배가 날 보고 빙긋 웃더니,
스님께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이 친구가 중이 될 뻔한 한 사연도 있는데, 오늘 여기 와서 출가할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갑작스런 전개였다.
서옹스님은 가만히 내 얼굴을 보시더니,
호령하듯 한마디 하셨다.
"발심했을 때, 깎아야 돼!"
...
https://www.youtube.com/watch?v=X2gSMRKxnC4
추석명절로 접어드는 금요일 밤시간,
우연하게 다큐를 몇 편 보다가 이 작품을 접했다.
지난 봄 부처님 오신날 무렵에 방송됐던 다큐다.
제목은 '우리들의 힙한 출가'.
뉴진스님의 음악을 오프닝에 쓴 독특한 다큐다.
팝송에다 '밤양갱'도 등장한다.
웹툰작가를 10년했다는 성보스님.
승가대학 과정을 거치고 계를 받은 뒤
집에 들러 속세를 정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첨엔 '내가 뭘 잘못했나'는 자책부터 했었다는 아버지,
같이 공부를 하겠다며 머리를 삭발했다.
어머니도 이제 아들과의 인연을 내려놓고
마음공부를 함께 하겠다고 말한다.
합장하고 인사하는 장면이 많이 뭉클했다.
중간중간 출가의 의미를 짚는 문구들이
징검다리처럼 등장하는 구성이다.
'위대한 포기다'
...
'인생의 리셋이다'는 선언도 와 닿았다.
그리고, 말미에서
"진정한 출가의 의미는 '번뇌의 집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도혜스님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온갖 잡념에 시달리는 게 일상인데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잠들기 전에 번뇌망상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한다.
번뇌의 집에서 나오는,
'마음의 출가'가 필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