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아 보고싶어
솜이가 산책 중 멈춘다.
가장 팽팽하게 목줄을 당기고 초집중할 때가 바로 친구 강아지들을 만났을 때이다. 물론 '친구'라는 표현은 그냥 내가 갖다 붙인 말이고, 처음 보는 강아지든 몸집이 큰 개가 되었든, 솜이는 그들을 멀리서라도 발견하면 동류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유체이탈 상태가 되고 만다. 사회성을 계발하고 어디서나 얌전하게 산책하며 사람들과 짐승들의 사랑을 두루 받는 강아지가 될 수 있도록 종종 친구 냄새도 맡아보게 해주고 약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잠시 기다려주곤 한다.
하지만 너무 난리라는 게 문제.
잠깐 인사하고 킁킁 코를 들이대며 신분을 확인했으면 또 쿨하게 헤어지고 각자 자기 갈 길을 가면 좋으련만, 끝이 없는 반가움이다. 서로 꽁무니를 좇아 뱅글뱅글 돌다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너무 기분이 좋으면 점프를 하거나 주변을 펄쩍펄쩍 뛰며 돌아다닌다. 앞다리는 낮춘 채 엉덩이는 하늘로 들어올리고 꼬리가 오두방정을 떤다. 저렇게 좋을까? 내가 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다. 참 신기하다.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까? 아, 너구나, 하고, 응, 나야, 하고. 자기가 개라는 걸 알고, 다른 개의 정체도 알아보고. 난 이게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알아보긴, 당연히 서로 알지.
나는 개다. 주인의 사랑을 받는 애완견이다. 저 녀석도 그렇다. 사랑받는 강아지들의 자신감 뿜뿜 걸음걸이, 안정적으로 자기 구역을 관리하는 늠름한 자태, 든든하게 매인 목줄, 주변을 두리번거리지 않는 편안하고 느긋한 루틴의 길, 딱 보면 안다. 너, 나랑 같은 애구나,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간 지낸 이야기를 나눈다. 구역에 새로 나타난 강아지들의 신상을 서로 아뢰고, 꼬리를 흔들면서 헤어진다. 각자의 세계에서 또 실컷 사랑하라고. 잠시 만나 서로에게 위로받은 우리는 또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우리의 해야할 일들을 해내자고. 주인을 기쁘게 하고 우리의 세계를 지키며, 우리 또 만나자고.
살전 2:4. 오직 하나님의 옳게 여기심을 입어 복음 전할 부탁을 받았으니 우리가 이와 같이 말함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함이라
살전 2:17. 형제들아 우리가 잠시 너희를 떠난 것은 얼굴이요 마음은 아니니 너희 얼굴 보기를 열정으로 더욱 힘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