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구원한 슈퍼우먼, 나혜석의 <경희>를 읽고
"아버지, 안자의 말씀에도 일단사 일표음(一簞食一瓢飮)에 낙역재기중(樂亦在其中)(도시락에 담긴 밥과 표주박 물에도 그 가운데에 즐거움이 있지 않겠는가?)이라는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먹고만 살다 죽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이지요. 보리밥이라도 제 노력으로 제 밥을 제가 먹는 것이 사람인 줄 압니다. 조상이 벌어놓으 밥, 그것을 그대로 받은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 집 개나 일반이지요." 하였다. -중략-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김 부인이 딸보다 먼저 하나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 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그 형상은 잠깐 들씌운 가죽뿐 아니라 내장의 구조도 확실히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남자는 부(夫)요, 부(父)라, 양부현부(良夫賢父)의 교육법은 아직도 덛지 못하였으니, 다만 여자에 한하여 부속물 된 교육주의라. 정신수양상으로 언하더라도 실로 재미없는 말이라. 현모양처는 이상을 정할 것도, 반드시 가져야 할 바도 아니다. 여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하여 부덕(婦德)을 장려한 것이다.
-나혜석,[이상적 부인],<학지광 제3호 1914.12> 중에서.
조선남성들 보시오. 조선의 남성이란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오. 잘나건 못나건 간에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흩뜨려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 이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내가 만일 당신네 같은 남성이었다면 오히려 호탕한 성품으로 여겨졌을 거외다. <나혜석, 이혼고백서, 삼천리 제6권 제8호 (19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