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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un 27. 2019

자만감과 공명심

얼마 전 좀 불편한 광고를 보았다. 제목은 “@@@를 안써본 사람을 찾습니다.”였다. 지인들과 자리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이 광고가 불편했다는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어쩐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광고는 “@@@를 많이 쓴 사람을 찾습니다.”로 바꿔 대체되고 있었다. 나는 이 커멘트를 보았을 때 이 멘트를 어떤 사람이 기획했느냐 보다도 조직 내부에 팽배한 사고방식이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았다.


틀림없이 내부적으로는 최근의 실적에 고무되어 있었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1인당 한 번은 이 서비스를 다 써보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고 자신감 있게 이런 멘트를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자만감’이라는 매우 위험한 단어가 들어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만감은 내 생각이 옳다는 신념을 갖게 만든다. 만약 조직 내부에 이러한 자만감이 퍼지게 되면 외부의 기업들은 틀리고 내가 가는 길이 옳다는 신념에 앉게 된다. 이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 문화, 혹은 생각이 굳어지게 되면 배타적인 생각이 굳어지게 되고 유연한 사고를 막는 독과 같은 것이 자만심이다.


자신감과 자만감은 종이 두께보다 얇게 차이가 난다. 그 결과가 이러한 광고로 이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외부의 불편한 시선과 내부적인 시스템이 작용했는지 빠르게 수정한 것을 보면 이 조직은 그래도 건전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와인 업계에서도 이러한 일은 종종 일어난다.


예를 들어 “수입사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의 힘으로 그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 “와인 시장이 공정경쟁으로 일부 수입사들이 브랜드를 뺏어가고 작은 수입사를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넘어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입사의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든지(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때로는 온라인에서 공명심이 발동하여 먼저 이슈화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때 중요한 점은 첫째, 내가 그 이슈의 직접적 당사자인가, 둘째, 과학적 근거와 해당 이슈에 대해서 합리적인 분석을 했는가, 셋째, 충분히 공감대를 얻을 정도로 양쪽의 정보를 충실하게 듣고 분석했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이 세 가지 부분에 있어서 충분히 정보를 청취하지 않거나 한 쪽의 의견만 듣고 공명심이 발동하여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올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어떤 이는 평소에 전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전화하여 민감한 주제에 대하여 비난하고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마음 속의 자만감(즉, 나는 선하며, 내 생각이 맞으며, 와인 시장의 구조도 잘 안다)이 발동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공명심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공명심이 앞서 이야기 한 세 가지 기준에 맞는지, 그렇다면 그 것을 냉정한 어조로 설명하고 조정하며 그 이후의 이슈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간혹 국회의원이나 사회 지도층으로 지칭되는 이들이 상대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말을 하여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를 종종 보고 있다. 땅콩 하면 이제 전국민에게 고소한 간식이 아니라 특정 인물이 떠오르는 수준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모 국회의원이 당원들에게 말을 해서 구설이 되고 있다. 이처럼 꼭 와인의 이슈만 아니더라도 언제나 내 마음속에는 이 자만감과 공명심이 소리소문없이 커지고 있을지 모른다.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밖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조언을 들을 때 불편하더라도 경청하며, 이후에 이를 토대로 나의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늘 생각해야 하겠지만 나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나도 혹자의 귀에는 앞서 말한 자만심과 공명심이 가득 찬 사람으로 비칠지 모르니 말이다. 오늘도 무수한 소문과 소문이 맴도는 곳이 와인시장이다. 와인 시장은 정말로 비좁다. 한국도 정말 좁고 세계적으로도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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