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시장이 어려워질 것 같다.
‘Winter is coming’. 이 문구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이 문구는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겨울 시즌을 기다리는 이에게는 호재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악재일 것이다. 최근에는 왕좌의 게임 덕분에 부정적, 우려에 대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 제목도 그에 따른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와인 시장이 2조원이 된 것과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구매 취향의 변화 등(화이트, 스파클링의 증가, 레드의 퇴조, 이에 따른 물량 감소와 칠레 와인의 약화)에 대해서는 이제 더 설명하지 않겠다. 시장에서는 변화의 시그널이 명확하고, 변화를 읽었다면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만사는 변한다. 그 속도가 적절하다면 변화라고 이야기 할 것이고, 그 속도가 부담스러울 만큼 빠르다면 변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은 사람의 체감에 따라서 변화 혹은 변혁으로 읽혀질 수 있다. 내 관점에서 지금은 변혁에 가까운 것 같다.
시장이 바뀔 때에 숫자는 절대적 수치 혹은 절대적 비율로 적용된다. 가장 어려울 때는 절대적 수치가 적용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모든 이들에게 10만 원을 부담시킨다고 하자, 이 10만 원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 이도 있겠으나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바꾸어서 이를 와인숍들의 기본 운영 비용이라 생각해보자. 와인 숍들이 늘어났는데 각 숍들의 기본비용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했고, 여기에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10만 원이 주는 무게감은 남다를 것이다. 비즈니스는 어떤 경우든 기본비용을 전제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달세, 전기요금 등 기초 공공요금, 기본 인건비, 이에 수반되는 4대 보험 등 여러 가지가 전제된다.
통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1. 금리 인상: 이자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와인 구매에 충분한 지출 불가
2. 증권 악화: 수익이 감소함으로써 와인 구매에 충분한 지출 불가
3. 물가 상승: 다른 곳에 지출해야 할 금액이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충분한 지출 불가. 반대급부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라 동일 가격 대비 동일 물품 구매 불가.
4. 해외여행 해제: 쉼을 위한 비용 지출에 있어 대형 지출처가 생겼고 돈을 모아야 할 이슈 발생, 이에 따른 와인 구매 지출 감소
5. 칠레 와인 소비 감소: 칠레 와인을 맛본 일반 소비자들이 점차 고급화된 맛을 찾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소비 물량 보다 소비의 질에 집중하는 경향을 띰. 이에 따라 한 병을 고르는 기준이 깐깐해지기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전체 물량이 감소.
6. 늘어난 숍 및 유통망: 국내 소비층은 아직까지 제한되어 있으나 급격한 공급채널 증가에 따른 단위 업장당 매출 감소. 업장간 경쟁 격화
이 여섯가지를 보았을 때 다음이 시작될 것 같다.
1. 업장의 옥석 가리기: 좋은 고객리스트를 확보한 숍, 구체적인 타깃 마케팅과 적절한 가격 정책을 쓰는 숍과 아닌 숍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임
2. 소비물량의 감소: 사람들이 여러 병 소비가 아닌 한 병의 만족을 위해 집중하는 경향을 보일 것임. 경기 하강 압박이 강해지기 때문에 모임이나 술자리 횟수가 줄어들 것임.
3.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 증가: 2번의 현상에 맞물려 한 번 마시더라도 좀 더 좋은 와인을 맛보려는 욕구가 강해질 것임
4. 화이트 및 소용량 와인의 수요 증가: 1인 가구 및 여성 소비자들이 찾는 화이트나 소용량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음. 다만 이 수요 증가라는 것이 전체 시장 관점에서는 미미한 수치로 나타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유통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함.
이로 인한 결과는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특히 수입사들의 기본 자금 유통 채널이 되는 저가 와인들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에 자금 순환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대출과 같이 금융상품과 연계된 자금 비율이 높은 업장이나 수입사는 자금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그만큼 신규 진출 사업자의 증가, 금융 여건 악화에 따른 사업 기반 취약점 증가 등으로 사업 환경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만약 신규로 사업을 들어오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있는 자본을 지키는데 집중할 것이고, 이미 투자가 시작되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며, 이미 여러 현상을 체감하고 있는 사업자라면 이 사업이 내게 적합한지 아닌지, 중장기적으로 이끌어야 할 사업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비즈니스란 언제나 모든 이들에게 천사가 아니고, 내 비율이 늘어난 만큼 남의 비율은 줄어야 하는 비정한 세계이니 이에 맞추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이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유럽의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즉, 10% 이상의 유럽산 와인 가격 상승 요인이 하나 덧붙여졌다는 것이다. 유럽의 에너지난, 이로 인한 물가 상승, 특히 운송료 상승은 곧바로 와인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다. 수입사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이유다. 부디 모든 와인 관련 종사자들이 이 겨울을 잘 지내길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