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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May 02. 2018

세계관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서른해 넘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되며 알게된 것들

어디서 볼까?
주차가 편한 곳으로


일을 쉰 뒤 좋은점 중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보고싶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부자여서 시간과 장소상대방이 수월한 편에 맞추면 되고, 최근 새식구로 맞은 중고경차 덕에 행동반 제한어서다.


다만 10년 넘게 장롱에서 깊은잠을 자고 있던 운전면허증을 깨워서 데리고 다니다보만나는 장소의 주차장 컨디션이 장소선정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유명한 인스턴트커피 광고를 패러디 하자면 '운전이 그냥 커피라면 주차는 티오피'라서...만날 장소를 정할때 "주차가 편한 곳으로"라는 요청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까지 내 삶의 식당 선택기준은 맛과 가격, 분위기 등이 전부였는데 여기에 '원활한 주차' 항목이 추가된 것이다. 최근엔 SNS에서 핫하다는 식당을 찾아가려다 주차가 어렵다는 후기에 식당방문을 포기하기도 했다. 운전자가 된 뒤 달라진 점이다.



도로에서 관대함(?)이 커진 것도 운전을 시작한 뒤의 변화다. 당장 몇달 전까지만 해도 보행자 신호때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차량에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봐야 해당 차량을 향해 혼자 궁시렁대거나 째려보는 정도? 그래봐야 운전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그런데 운전을 하다보니 우회전 차선인줄 모르고 차선에 진입해 뒷차에 길을 피해줘야하는 이유 등 여러가지 이유로 보행자신호때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경험을 한 뒤 횡단보도 침범차량(?)에 대한 관대함이 MSG를 좀 치자면 부처님 수준이 됐다.



시시콜콜하지만 또 크다면 클 수 있는 이런 변화는 내가 서있는 지점이 달라졌기때문이다. 30년 넘게 오롯히 '보행자'라는 역할로, 그 시각만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운전자'라는 시각이 '추가 탑제'되어서다.


모든 세상사가 그러하지만 시선이 변하는 것은 내가 보는 세계의 지평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개는 기존에 가졌던 세계의 범주에 다른 범주가 더해져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있긴 하지만 그 개구리의 올챙이적 시절과 지금 올챙이가 살아가는 시점은 또 다르기에 누군가를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또 신중해야하는 문제가 아닐지.


그래서 어려서는 그리도 쉽게 가려지던 시비가 나이가 먹을수록 가리기 어려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씩 여러 역할이 더해지고 더불어 세계관이 더해지며 나의 세계의 지평이 커지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마주할지 모를 세계의 한 귀퉁이에 지금까지 겪어온 나의 세계에서 보지못했던 진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은 아닌지.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그럴수도 있지'라는 말이 추임새처럼 늘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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