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딱 그만큼만 변한다...마음도 그럴수 있다면
"트레이너한테 배운대로 혼자 연습해도 되는데 왜 엄한 돈을 써?" 몇 년째 트레이너에게 PT(Personal training)를 받던 나를 두고 남동생은 늘 이유를 궁금해했다.
'한 개 더', '한 뼘 더'를 위해 적지 않은 적지 않은 돈을 쓰며 트레이너와 운동을 했다. 근육이 통증이 오기 시작할때부터가 진짜 운동의 시작이고, 이때부터 '하나 더 하면 죽을 것 같다'까지가 운동이 되는 것이다.
혼자하면 통증이 오기 시작한뒤 운동을 그만두기 십상이다. 트레이너와 함께 '하나 더 하면 죽을 것 같다'부터 '한 개 더'를 했고, 며칠 동안 근육통을 안고 살았다. 의지박약을 돈의 힘(?)로 극복하기 위해 트레이너와 운동을 한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던건 이른바 '경험 못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다'는 운동의 강력한 효과때문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체육시간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교실 안에서 꾸물거렸던 내가 전문가(트레이너)에게 (낸 돈이 아까워 억지로 정기적으로)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뒤 "몸이 가벼워진다"는 말을 체감하게됐다.(살이 빠진건 아니다ㅠㅠ)
아침에 일어날때 몸이 가벼워지고 이따금 하던 야근에도 피로함이 이전보다 훨씬 덜했다. 운동은 건강보조제, 보약 등과 비교불가능한 컨디션 충전기였다.
(지금에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운동을 갈 시간이 있었다는건 야근과 주말근무를 하지 않는 기간이 이어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피로감이 덜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동이 매력적이었던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정직함이다. 느리지만 딱 운동하는만큼 근육이 붙었고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이 빠졌다. (물론 근육이 붙는 속도보다 빠지는 속도가 곱절 이상 빠른건 함정이지만ㅜㅜ) 몸은 정직했고 꼼수란걸 부릴줄 몰랐다.
인생사전에 '유연성'이라는 단어는 없는줄 알았는데 매일 요가를 하니 서울에서 평양만큼 멀게 느껴지던("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feat.김정은)) 손이 바닥에 닿을랑말랑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허리를 굽혀 손을 바닥에 짚은적이 없는 '뻣뻣의 대명사'인 내가!
한약과 양약, 각종 민간요법(쑥이 좋네 생강차가 좋네) 3X년 인생에도 꿈쩍 않던 수족냉증과 류마티스로 매일 아침 땡땡 붓던 손마디 붓기증상도 호전되고 있다. 친구들 가족들이 "엄마야! 손 따뜻해"라며 놀랄 정도다.
"머리 쥐어짜는 일만 하다 몸쓰는 일을 하니 너무 좋다"
'요새 뭐하고 지내냐'는 물음에 이런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하루일과는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요가를 하고 점심을 먹고 악기연습을 하고 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저녁을 먹고 취침하는 것이 전부다.
요가는 '운동'이 아닌 '수련', 즉 정신수양에도 방점이 찍혀있지만 겨우 90도 다리 찢기에도 온몸을 벌벌떨며 식은땀을 흘리는 내겐 정신수양까지 할 에너지가 없다. (몸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말과 감정과 행동으로 얽히고 설키며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상정하며 머리를 굴리고, 온 에너지를 잘 돌아가지도 않는 뇌로 집중시켰음에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오히려 실망스러운 결과지를 받아들고 허탈해할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얼마나 정직한 삶인가.
몸이 노력하는만큼 느리지만 변화하듯, 마음도 노력하는만큼 변할수 있다면 좋겠다. 좀 더 여유롭고 관대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연습하고 노력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느리더라도 마음에 잔근육을 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