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그린 북 1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윤선 Oct 04. 2021

총맞은 것 처럼

기록깬 화장실

<총맞은 것 처럼.> 


새벽하늘이 곱다.

하루가 열리는

하늘은 힘이 솟는다. 

일찍부터 서둘러

목포행 열차를 타러

수서역에 도착하니 

어제 만났던 대학생들과

무장애 여행 관련

나머지 촬영을 마쳤다

그들은 돌아가고 나서

열차에 오를 준비를 했다

기차여행엔 뭐니 뭐니 해도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빠지면 낭만적이지 않다.

꼭두새벽부터 계란을 삶고

커피까지 내려 보온병에 담아갔다.

며칠 전 부터 기차여행엔 계란과 커피를

기차에서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해간 삶은 계란과 커피를 가지고

기차를 타고나서 바로 계란과 커피 한잔을 함께 마셨다.

계란을 먹어서인지 목이매어 커피를 한잔 더 마셨다.

커피 후유증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평소 커피는 화장실이 보장된 곳이 아니면

절대 마시지 않는 습관을 몸에게 주입시켰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탁월해 자칫 하루 종일 화장실만 가야하는 

대형 참가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차 안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달리는 기차 안서 화장실을 가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요동치듯 흔들리는 기차에서 중심을 잃을까 불안해서다.

전에 한번 기차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휠체어로 옮겨 앉다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적이 있어 그 후 부터는 흔들리는

기차 화장실은 꺼려진다.

그러데, 기차 안에서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으니

쉬 마려운건 너무 당연했다

온몸에 비비꼬고 힘주며 쉬를 꼭 참았다.

참고 참아 드디어 도착한 목포역서 얼른 화장실부터 갔다.

벌써 세 번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가는 건 누구나 비슷한 일상이다

수서역에서 기차 타기 전에도 두 번째 화장실 갔다.

여기까지도 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혀 생각지도 않게

그리 많이 쉬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도 못했다.

오늘 목포여행은 더 특별하고 오래 기억될 여행인 것은 분명하다.

내 몸에 장애가 생기고 부터

화장실을 무려 열 번이나 간 기록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목포역에서 세 번째 화장실을 다녀오고 난 후 광장으로 나오니

계란먹은게 체한 것 같다.

그도 그럴만하다. 쉬마려운거 꾹 참느라 긴장했더니

위장도 제역할일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소화제 두병을 마시며

순차적으로 도착하는 일행을 기다렸다

열차엔 휠체어 석이 두좌석 밖에 없어

여러 명이 여행할 때 두 명씩 열차에 타고 목적지 역에서 만나 여행한다.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삼십분도 안 돼

또 네 번째 쉬~를 했다

두 시간 가까이 일을 기다리는 동안 어느 정도 속은 진정된 것 같다.

여덟 명의 일한다 다 도착해 점심부터 먹고 여행하기로 했다.

목포역에서 삼학도 근처 백반 집으로 달려갔다

백반 집은 전에 한번 갔던 “새명성시당” 이다

문턱이 없어 휠체어 사용 여행자도 접근성이 좋고

맛도 반할 수밖에 없다

소화제도 먹었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하니 신이 났다

여행의 절반은 지역의 맛있는 음식 먹는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맛있다

“새 명성식당”은 주 메뉴가 백반이다. 

반찬은 매일매일 다르다고 한다.

쥔장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새벽 4시부터 식당에 나와 음식을 만든다.

오늘 점심 한상차림은 동태찌개와 나물 들이다

쪽파 데쳐서 무치고

말린 고구마순 삶아 들깨에 볶았다

겉절이는 상에 나올 때 바로 버무려서 싱싱한 맛이 최고다.

식힌 깻잎은 갖은 양념을해 한 번 더 쪄서 나오니 맛 또한 업그레이드 됐다.

벤뎅이는 통째로 젓갈을 담아 가진 양념에 무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큼지막하게 썰어 나온다.

숙주나물은 살짝 데쳐서 간이 쎄지 않게 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양송이버섯은 몸통과 위에 부분을 얇게 썰어 전을 붙여 나오니 

육전같이 쫄깃쫄깃한 식감이 고소하고 맛깔스럽다.

무생채는 오물조물 손맛을 더해 흰 쌀밥에 생채만 넣고 비벼먹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이다.

밭에서 바로 탈출한 풋고추는 집에서 직접담은 된장에

찍어 먹으면 알싸하게 매운맛이 자꾸 당긴다.

동태찌개는 내장이 그대로 넣고 끓여 걸쭉하고 담백하다.

식사가 끝나 갈 즈음 

"커피 드실래요?" 하신다.

"사장님이 직접 커피도 타주세요?"

"그라믄요, 커피는 정성이여~ 이래 바도 김태희 커피믹스만 산당께요,"

다른 식당은 자판기가 타주는 커피를 마시지만

우리 식당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타는 정성 가득한 커피만 대접 한당께요. 

맛있게 먹고 주인장이 타준 믹스커피를 거절할 수 없어 맛있게 마셨다.

음식은 정성 이라는데 목포에서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접근 가능하고, 맛도 좋고, 가격 착하고, 친절하고,

목포여행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맛 집이어서 땡잡았다.

믹스커피를 마셔서 인지 금세 다섯번째 쉬~가 마려웠다.

근처엔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김대중노벨평화기념관”으로 냅다 달렸다.

볼일을 보고 나온 김에 기념관을 둘러보고 

다시 목포 종합 수산시장 쪽으로 왔다

목포에 왔으니 홍어를 먹어줘야 해서

삭힌 홍어와 생막걸리를 샀다

홍어와 막걸리는 찰떡궁합이다.

일행은 홍어와 생막걸리로 목포 여행을 즐겼다

평소 삭힌 홍어를 잘 못 먹고 술을 못하지만 

오늘은 왠지 궁합 좋은 삭힌 홍어와 막걸리를 꼭 먹어줘야 할 것 같다

다들 폭퐁먹방 여행을 즐기는데 나만 안 먹으니 뻘쯤해서

눈 찔끔 감고 막걸리 한 모금에 홍어 한 점을 먹었다.

자리를 털고 근대역사관 쪽으로 갔다.

목포 여행지는 인근에 다 있어 전동휠체어 유저는 

여행하기 진짜 좋은 곳이다

기차역도 가까이에 있고 역 근처에 여행지가 몰려 있어

장애인 콜택시를 따로 타지 않아도 되는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면 더욱 자유롭게 여행 할 수 있다

근대역사관 몰려 있는 구시가지 쪽으로 걸어갔다

레트로 여행지로 알맞은 목포거리는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민어골목, 근대역사2관, 성옥기념관, 근대역사1관, 국도1.2호선 기점기념비, 등

목포의 근대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골목여행의 메카다. 

그런데 또 쉬가 마렵기 시작한다.

근대역사관 쪽엔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노적봉 주차장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에서 급히 여섯 번째 쉬~

그땐 이미 기저귀에 흥건히 영역표시 한 상태다.

그래도 남아있는 쉬를 쥐어짜듯 하고 귀저기도 갈았다.

노적봉을 둘러보고 옥단이 길로 발길을 옮겼다.

옥단이 길을 여행하는 동안

일행들은 기차 시간이 다 되어서

함께 목포역으로 갔다

목포역에서 일행을 보내고 

일곱번째 쉬~를했다.

기치 시간이 남아 목포역 근처 “독천식당”에서 

낙지 탕탕이를 먹기로 했다.

독천식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낙지 탕탕이 집이다

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는 낙지 탕탕이 맛.

목포 탕탕이는 구멍 난 가슴을 메워준다

탕탕탕은 맛있어서 행복해지는 소리기 때문이다.

목포 여행은 의도적으로 탕탕이 먹는 코스를 넣는다. 

맛있는 여행 할 수 있는 최적이 장소이기 때문이다.

낙지 탕탕이 먹방 코스는 세월호 추모차 목포 방문했을 때  

장애인 콜택시 기사님께서 낙지 소고기 탕탕이를 잘하는 

“독천식당”으로 가야 한다고 일러줬다. 

목포에 있는 지인도 독천식당 탕탕이가 최고라고 했다.

독천식당은 좌식과 입식 식탁이 혼합된 곳이다. 

3번 룸이 입식식탁이 있는 곳 이다. 

자~본격적으로 먹방여행 시작해 볼까나~~

탕탕이는 낙지 탕탕이와 낙지육회탕탕이가 있다. 

둘 중 어떤걸 먹을까 고민하다가 낙지육회탕탕이를 먹기로 했다.

도마에 목포세발 산낙지를 올려놓고 

탕탕탕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선도가 생명인 소고기 육회에 탕탕 탕친 산낙지를 얹고 

0.5센티 미만의 쪽파와 청양고추로 버무려 

그 위에 깨소금을 듬뿍 뿌려 먹음직스럽게 나온다.

탕탕이 따라 나오는 콩나물 무침은 

탕탕이와 함께 비벼먹어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선 탕탕이 재료를 섞어 앝은 맛부터 본다. 

소고기 육회와 산낙지가 어우러지는 탕탕이는 맛의 혁명이다. 

날것을 즐겨하지 않는 초딩입맛의 나도 푹 빠져들어 멈출 수 없다. 

정신 차리고 얕은맛에서 깊은 맛으로 건너가야 한다. 

콩나물과 흰 쌀밥을 넣고 비벼서 더 깊은 맛으로 이동했다.

왜 탕탕이에 콩나물과 밥을 넣고 비벼야 하는지 한입 먹어보고서 알게 됐다.

감칠맛과 깊은 맛의 조화가 굉장하다.

육회와 산낙지의 딱 떨어지는 맛과 

콩나물 무침을 넣고 비벼진 맛의 궁합을 어찌 발견했는지 대단하다.

낙지육회탕탕탕이는 말이 필요 없다.

먹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맛의 혁명.

낙지소고기 탕탕이와 낙지호롱이에

맥주 반잔으로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맛좋고, 친절하고, 접근성 좋은 독천식당 탕탕이.

목포로 먹방여행 당장 떠나봄직 하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충만해 목포역으로 이동했다.

기차 타기 전 여덟 번째 쉬하고 수서행 기차에 올랐다

수서역에 도착하니 또 쉬가 마려 아홉번째 쉬를 하고

집에 도착해 마지막 열 번째 쉬를 했다.

오늘 화장실 가는 기록을 깼다.

으으읔 아마 거시기 헐은 것 같다.

휠체어 타고 여행하면서 

이렇게 많은 쉬를 해본 적이 없다.

외출하면 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 하더라도 휠체어에서 변기로, 변기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과정이 

너무 힘들과 지난한 과정이어서 때때로 옷에 쉬 해버리는 적도 많다.

그렇기에 물도, 커피도, 술도, 액체는 될 수 있음 안 마시는 것이 버릇됐지만

목포여행에서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 졌다.

에구구구 하루종일 쉬 하느라

온 몸에 진이 빠져 너덜너덜해진 군화 같다.

화장실 걱정없이 여행하면서 먹고싶은 것 실컷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린북 #여행과화장실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