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그린 북 1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윤선 Oct 04. 2021

커피와 화장실

참아야 하느니라

<커피와 화장실>     


커피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었다.

오늘 같이 하늘이 흐린 날이면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봐라보는 낭만적인 생각은 누구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밖에 나오면 화장실 찾아 헤매다 보니

물도 안마시고 커피와 음료도 생략할 때가 많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난 화장실이 보장된 장소가 아니면

커피 마시는 걸 자제한다.     

커피는 몸속으로 들어가면 이뇨작용으로 

즉각 화장실 가라고 반응하기 때문에 

난감한일 겪은 적이 허다하다.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 할 때 일이다.     

올레 2코스 오조리 퐁낭구 집에 자주가다 보니

주인장은 반가운 손님이라고 믹스커피를 내어준다.

2코스 오조리 쪽은 장애인 화장실 없는 곳 이어서 매번 사양 했지만 

더 이상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믹스커피 한잔을 마셨다.     

밥도 먹은 터라 오줌이 방광을 테러할 거라 생각 안했다.     

올레 1코스 성산 일출봉에서 2코스 오조리 마을을 지나 

목적지인 올레 21코스 해녀박물관 까지 15키로는 족히 걸어야 하는 코스다. 

이 코스는 전동휠체어 사용 여행자도 걷기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풍경 좋은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은 상쾌했고 기분도 좋았다

하도해수욕장쯤 가면 공중화장실에 휠체어 접근 가능한 

장애인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했다.     

오조리를 지나 올레 21코스 쪽으로 천천히 올레하고 있는데 

서서히 오줌이 마렵기 시작했지만 참을 수 있을 만큼 이었다.     

하도해변 까지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숱한 화장실이 있지만

휠체어 사용 여행객이 접근 할 만 한 화장실은 한곳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방광이 터질 것 같이 몸속에서 오줌을 밀어 내기 시작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하도 해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아 꾹 참을 수밖에.....     

이윽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하도 해수욕장까지 다 왔다.     

헉~이럴 수가 ㅠㅠ

화장실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 쇠사슬로 펜스를 처논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난 쇠사슬 때문에 도저히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럽고 오줌은 쌀 것 같았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오줌이 곧 나올 것 같았다.

바지에 오줌을 싸던지 이를 악물고 조금만 더 참고 

해녀 박물관 까지 가던지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외출 시엔 디펜드 요실금 팬티를 입지만 

오줌 양이 많을 땐 소용없는 일이다.

할 수 없이 5키로 넘는 해녀 박물관 까지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런데…….

변기에 옮겨 앉는 순간 억눌렸던 오줌이 나오기 시작해 멈추질 않는다. 

참고 또 참고 그 먼 길을 맹목적으로 달려온 보람도 없이 

야속한 오줌은 바지를 흠뻑 적시고 말았다.     

이렇게 허탈 할 수 가.......     

이런 일은 가끔 겪는 일인지라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 하지만

장애인 화장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놓거나 문을 잠가놓으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평소에도 화장실 찾아 헤매면서 참을 만큼 참다가 

장애인 화장실을 발견하면 “신~ 봤다”를 외치며 오줌을 해결해야 하니 

이뇨작용 탁월한 커피는 잘 안마시게 된다. 물도 마찬가지다.     

밥 한두 끼 굶는 건 참을 수 있지만, 화장실 급한 거 참는데는 한계가 있다.     

오죽하면.......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을까     

#접근가능한여행_평등한여행



이전 10화 수덕사의 여승 그리고 나혜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