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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Oct 21. 2020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재수 시절 블로그에서 만난 이웃 텐텐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이웃님의 많은 글들은 여자들이 호기심을 자아낼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는데 댓글에는 많은 여자 이웃들이 바글바글 모이곤 했다.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풋! 하고 웃으며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동영상) 또 얼굴 사진도 가끔 올라왔다. 그중에 내 눈을 끈 건 필터링 없이 나타내는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런 글 때문에  텐텐님에게 관심이 갔다.


많은 여자들이 댓글이 달린 경쟁의 블로그 사회에서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내 글에 마음을 뺏길까? (이런 발칙하고 당돌한 마음으로 텐텐님에게 댓글을 달았다.)


역시나 이런 당돌하고 발칙한 나의 기술이 통했을까! 하하. 텐텐님과 나는 자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럴 거면 카톡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꼬리에 꼬리를 문 아주 긴 비밀 댓글들. 어느 날은 텐텐님 블로그에 오묘한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다.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놓고 글을 마치는 마지막 줄에 당신과 내가 언제쯤 닿을까.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



오 마이 갓!

당신이라고 칭하는 작자는 대체 누구일까?



이 많은 블로그 이웃들 중에 나라고 착각하는 여러 여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중 나도 착각하고 헛소리를 해버리기 직전. 당돌하지만 쪽팔리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기다림을 선택했다. 만약에 내가 그 작자라면 신호를 한 번만 보내지 않겠지. 두 번 세 번은 보내지 않을까?
그러던 중 하나 더 올라온 글



당신은 저보다 오래 살아요.

겁을 먹으면.
싸움을 할 때도, 관계를 이어갈때도.
늘 쓰러져 있게 되죠.

상대방이 안아주고 싶다면.
안겨보는 것도 나쁠 거 없어요.

그래야 당신이 살아요.

그 사람의 공기를 보면 알겠죠.
만약에 그 사람이 무섭다면. 그래도 두렵다면.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겠죠.

그 사람의 공기가
정말 좋지 않았던 거겠죠.
그래야 당신이 사니까요.




그날은 공기가 아주 맑았던 이상한 날이었다.




나의 모든 상황이 저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쯤,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생전 겪어 보지 못한 이상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던 있지 못할 그날. 그렇게 왠지 모를 자신감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로 느껴져 댓글을 달았다.



" 텐텐님! 저 이제 집에 들어왔어요. 오늘은 참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난 신기한 하루예요. 저의 기도가 이루어졌어요. 텐텐님 또한 전 그냥 만나게 아니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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