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Sep 02. 2021

울어야 이기는 세상




신생아에서 두 돌이 되기까지 아이는 예방접종을 몇 개월 단위로 계속 맞아야 한다. 어린 아가들이 바늘에 찔리면 우는 게 당연하지만 아이들마다 울음의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다원이는 주사를 맞고 1초 정도 인상을 찡그렸지만 울지 않았다. 타고나길 울음 끝이 짧은 아이였다. 어떤 아기는 병원이 울릴 정도 우는 아이도 있었다. 주사를 다 맞고 나서도 계속 우는 아이, 다원이처럼 금세 그치는 아이. 어릴 때부터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걸 거기서 알았다.









학원에서 뛰어놀다 다원이와 어떤 친구가 부딪쳤다. 다원이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고 반대 친구는 으앙~ 하고 큰소리로 눈물을 터트린다. 선생님들 모두 달려가 아이들을 살피는데 역시나 으앙~ 큰소리를 치는 아이를 먼저 확인한다. “어디가 다쳤어?” 하고 으앙 우는 친구를 살펴본 뒤 한쪽에 서있는 다원이를 살펴본다. 우는 친구는 머리가 박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다원이는 마스크에 가려져 미처 확인을 못했지만 코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럴 때 느낀다.


아이에게 울음이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그걸 아는 아이들은 울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써먹는다.






두 아이가 싸웠을 때 둘 다 치고받고 했어도 먼저 우는 아이를 피해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선생님들도 비슷하다. 우는 아이를 먼저 챙기고 조용히 있는 아이는 챙기지 않는다. 선생님인 나는 그게 싫어서 참고 기다리는 아이에게 더 관심을 쓰곤 한다. 내가 어린 시절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고 참는 아이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약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은 한 번이라도 더 챙기는 선생님들.





아이를 키우면서 헷갈리는 상황이 생긴다. 옳고 그름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 쉽게 사는 삶을 알려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옳게 사는 방식을 알려줘야 할까? 나는 내 삶에 떳떳하게 사는 삶을 선택해서 살았다. 옳은 삶을 살아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더라 반대로 약은 사람들이 혜택 받는 경우가 있더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우리 아이가 피해받는 걸 보고 나니 내가 그렇게 가르쳐서 아이도 피해를 받는 게 아닐까 하고 속상하다.




나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남편은 차분히 얘기한다.

“혜리야 잘 가르치고 있는 거야. 걱정하지 마”


“어릴 땐 울음으로 어떤 면에서 이익을 보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근데 어른이 돼서 자기의 삶을 살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되지 않겠어? 잘 자랄 거야 다원이”  


작가의 이전글 도시락 경력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