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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리 Oct 03. 2021

자존감 채우기


돌아가신 엄마는  예쁘셨다.



어딜 가나 엄마가 미인이란 소리를 지겹게 들었는데 나는 엄마가 예쁜 게 자랑스러웠다. 학교에 학부모들이 오는 날이면 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나의 엄마 등 뒤로 하얀 아우라가 반짝반짝 빛났다. 저 예쁜 사람이 우리 엄마인 게 난 너무 뿌듯했다. 아무리 비교해도 우리 엄마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객관적으로 봐도 엄마는 미인이었고 내 눈에는 사랑의 콩깍지도 씐 상태였다. 나는 엄마밖에 모르는 껌딱지였으니...





우리 집은 아빠, 오빠, 엄마, 나, 네 식구가 살았는데 아빠는 미인에 속한 엄마랑 결혼을 했으니 꽤 눈이 높은 남자였다. 딸인 나의 얼굴을 보며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다. 남들 모두가 봐도 미인상은 아니기에 어렸을 때부터 알게 모르게 내가 예쁘지 않다는 걸 알게됬다. 그리고 우리 집 남자들은 살이 찐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것도 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지 않을까 판단해 본다.




엄마는 항상 마르셨다. 뼈대랑 골격은 나보다 큰 편이셨고 167cm 전체적으로 늘씬한 체형이셨다. 이런 엄마만 봐서 그럴까? 아빠랑 오빠는 나의 사춘기 시절, 꽤 살이 올랐을 때 매번 살이 쪘다고 놀리 듯 이야기를 했고 그 당시에 나는 내가 진짜 돼지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좋은 환경이었는데 나는 그래도  자라왔다. 어떻게  자라왔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객관적으로 나의 생김새를 잘 이해했고 거울로 보는 나의 모습을 통해서 남들과 다른 매력을 잘 탐구해왔다. 거울을 보며 내가 어떤 부분이 예쁘고 어떤 부분이 매력 있는지 생각해 봤다.


나는 눈이 쌍꺼풀이 없고 작은 편이지만 다행히 얼굴도 작았다. 깡마르진 않았지만 허리 라인이랑 엉덩이 라인이 예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한편으론 내가 나를 판단하는 거니 100% 확신하고 판단하진 않았다. 그래도 거울을 보며 “ 나름 매력 있는  같은데  저러지?” 생각하고 아빠랑 오빠를   모르는 남자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신승리!)




​​


학생 때 내 생각으로 판단한 나의 매력은 성인이 되고 정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데로 나는 꽤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원래 타고나길 매력 있는 사람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거울을 보며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구석구석 관심을 가질 때 나는 매력 있는 사람이 되어갔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니 나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남들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댓츠 오케이!


 


​.


.


..​​


아 근데 요즘은 예전과 다르다.

​​


이제 곧 서른 살이 되는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쳐보며 다름을 느낀다. 예전에 비해 머리숱도 적어진 것 같고 원래는 좀 뽑혔으면 좋겠다고 싶을 정도로 많았던 머리였는데 샴푸질을 할 때마다 빠지는 머리카락 한올 한올을 보며 붙잡고 싶어진다. 흑흑.. 남편 말론 자기 머리 없는걸 놀려서 나도 똑같이 당하는 거라는 막말을 하는데 진짜 그렇다면 남편에게 크게 사죄하고 싶다. 다시는 놀리지 않겠어요..




요즘 나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건 내 딸 다원이다.


​​




“다원아 엄마 요즘 얼굴에 점이 너무 많이 생겼어.. 점 빼러 가야 할 것 같아”

​​


“엄마. 그거 미인점이야. 뺄 필요 없어!”


​​​


다원아 엄마 요즘 턱에 여드름이 자꾸 나서 피부과 가야   같아


​​


“엄마. 피부과 안 가도 돼. 그거 미인 여드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원이 덕분에 자존감이 팍팍 올라간다.

여드름도 미인 여드름이라니..

너는 정말 사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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